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발표는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깊이 침범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사람을 비롯한 지구상에 생존하는 모든 생물에게
독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세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제 필수다.
글 편집실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차나 커피를 마시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걸레 대신 물티슈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페트병 생수를 사서 마시고, 비닐봉지에 든 과자를 먹는 일상은 누구나 매일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나도 모르게 미세플라스틱을 만들고 먹고 마시며 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1862년에 플라스틱 재료가 발견되고 1907년에 세계 최초의 합성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이후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가 됐다. 플라스틱 사용이 점차 확산되고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2010년 들어서야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심각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년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전 세계 10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발표했다.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만든 미세플라스틱을 말하며, 치약, 세안제, 화장품에 들어가는 알갱이가 대표적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과 파편이 풍화·마모되어 생기며, 자연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은 2차 미세플라스틱이다. 인체에 침투한 미세플라스틱과 여기서 나온 첨가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위협으로는 피부자극, 호흡기 문제, 심혈관질환, 소화기 문제, 생식 저해효과 등이 거론된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세포막, 태반을 넘어갈 수 있으며, 세포 손상,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UNEP는 2016년 5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보고서에서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 침투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스위스 프리부르대학 연구진은 2019년 폴리스티렌 기반의 초미세플라스틱을 다양한 인간세포에 처리하여 분석한 결과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초미세플라스틱이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까지 침투해 세포 활성을 떨어뜨리고 다른 물질에 의한 독성을 증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꼭 실천해야 하는 미세플라스틱 줄이기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빨대, 컵, 식기류)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비닐봉지 대신 천가방을 사용하는 것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개인 물병과 텀블러를 사용해 플라스틱 병과 컵 사용 줄이기는 이미 많은 사람이 실천하고 있다. 세탁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므로 세탁 빈도를 줄이고, 세탁기 필터를 사용하여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상용품을 선택할 때도 제품에 표기된 원료를 꼼꼼하게 살펴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화장품이나 세제를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천연재료로 만든 제품을 선택해 플라스틱 미립자 사용을 줄여야 한다.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도 필요하다.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하고,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해야한다. 영국은 2018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화장품과 세제의 판매를 금지했고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을 발표해 마이크로비즈가 첨가된 ‘씻어내는(rinse off)’ 화장품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도 2016년에 생활용품과 화장품, 일부 의약품, 건강식품에서 마이크로비즈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정’과 ‘각질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화장품 및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사용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2021년부터 미세플라스틱 규제 대상을 세탁세제와 섬유 유연제까지 넓혔다.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려면 다양한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며, 개인과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