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부탁해

이메일 지우고
탄소 발자국 지우고

오래된 계정 속 쌓여 있는 이메일들이 전력 낭비와 탄소 배출의 원인이 된다. 클릭 한 번으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메일함을 열고 환경지킴이 모드로 하나씩 지우는 습관,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편집실

탄소 배출의 숨은 복병

첫 PC 세대라면 누구나 포털 사이트의 첫 계정을 만든 순간을 기억한다. 온라인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나만의 가상 공간을 만들고, 친구와 쪽지를 주고받았던 향수는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메일을 통해 소소한 소식과 감성을 주고받았고 학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남겨두기도 했으며, 누군가에게는 해외 생활의 즐거움과 외로움을 전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메일함의 ‘읽지 않은 메일’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각종 고지서나 가입한 사이트의 필요한 정보들을 이메일을 통해 받기 시작한 때 부터였다. 스팸 메일의 범람과 손쉬운 메신저의 등장이 맞물리며 메일함은 열어보지 않는 오래된 상자가 되어버렸다. 조사에 따르면 이메일 한 통은 약 4g의 탄소를 배출하며, 스팸으로 받은 메일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하면 연간 1,7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무심코 방치해둔 여러 계정 속 축적된 무형의 이메일들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급증하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

이메일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포털 계정 서비스와 SNS, 최근 급격하게 시장이 커지고 있는 OTT 등의 온라인 활동 또한 365일 24시간 빠짐없이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정보들은 데이터 센터에서 관리되는데, 서버와 네트워크 설비 등을 갖춘 데이터 센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 및 처리하기 위해 상당량의 전력을 소모한다. 전력 생산에는 화석 연료가 사용되므로 사용량이 증가하면 환경에 해로운 영향이 미치는 것이다. 또한 대형 컴퓨터 및 IT 장비로 가득한 데이터 센터의 발열 관리에는 필수적으로 냉각을 위한 냉방시설이 동반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의 냉각을 위해 2022년 데이터 센터 자체를 바다 속에 넣는 결정을 내렸을 정도다.

가파르게 상승선을 그린 디지털 탄소 발자국은 세대가 변화할수록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개인의 작은 노력으로도 의미 있는 환경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

디지털에도 미니멀 라이프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디지털 라이프는 친환경 활동 역시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하다. 가장 먼저 가입된 여러 계정의 이메일함을 비워보자. ‘999+’라는 숫자를 ‘0’으로 만드는 즉시 환경적으로 유의미한 가치가 발생한다. 불필요한 이메일 전송을 줄이고, 이메일 전송 시에는 대용량 파일이나 그림 등을 첨부하기 전에 공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인터넷 검색 시 검색 결과 페이지를 여러 번 열거나 새로고침 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므로 정확한 검색어를 사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는 즐겨찾기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역시 불필요한 파일이나 중복된 파일을 삭제하는 등 저장 용량과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도록 하자. 집 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처럼 디지털 공간을 자꾸자꾸 비워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습관화하면 탄소 배출 감소에 도움이 된다.

탄소 저감하는 전자기기 사용법

핸드폰, 노트북, 태블릿 PC 등은 생활 편의나 학업, 업무 등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므로 탄소 배출에 대해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용량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번 충전을 하거나, 콘센트에 꽂아두고 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절전 모드로 전환하여 밝기 조절을 통해 화면 밝기를 낮게 설정해두는 것만 해도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한 자료는 스트리밍보다는 와이파이 환경에서 다운로드받아 활용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아울러 각종 전자기기를 잘 관리하여 오랜 시간 사용토록 하자. 사소한 듯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작은 실천들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나비효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