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부탁해

미래 먹거리일까,
환경오염 주범일까?
데이터센터

데이터의 시대다. 우리의 거의 모든 행동엔 데이터가 필요하고 사용된다. 출근길 버스에서 찍은 교통카드와 지루함을 달래준 노래부터 친구와 나눈 메시지, 부모님께 드린 안부 전화까지 모두 데이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편집실

전력 소모량이 큰 데이터센터

최근 ‘챗GPT’가 화제다. 챗GPT는 OpenAI가 2022년 11월 30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인 ‘GPT-3.5’ 언어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내용에 맞춰 대화가 가능하다. 단순 대화뿐만 아니라 논문 작성, 번역,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 수행까지 가능해 돌풍을 일으켰다. 이런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보고 듣고 사용하는 모든 데이터는 오프라인에 저장되어 있다. 저장된 장소가 바로 ‘데이터센터’다. 단순한 포털 사이트 검색부터 앞서 언급한 ‘챗GPT’ 같은 인공지능까지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계속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에서 온라인으로 주 활동 무대가 옮겨가면서 데이터 사용량은 더욱 늘었을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데이터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지만,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한 필수 시설과 환경오염의 주범, 두 갈래로 나뉜다.

데이터센터는 ‘IT 센터의 심장’, ‘4차 산업의 꽃’이라고 불린다. 데이터센터에는 서버와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비롯해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IT 기업들은 자사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도 하고, 외부 데이터센터를 빌려 이용하기도 한다. 데이터센터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가동되는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기기가 과열되면 고장 날 가능성이 커지며, 높은 습도도 기기 고장의 원인 중 하나이므로 데이터센터는 기기 고장과 기기 가동 정지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 온도를 20℃, 습도를 25% 정도로 유지한다. 이를 위해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에어컨이 소모하는 전력량이 컴퓨터 시스템 등이 소모하는 전력량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20~320TWh로 이는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0.9~1.3%를 차지한다. 전세계 데이터센터는 2016년 1,252개에서 2021년 1,851개로 늘었다. 국내 데이터센터도 매년 증가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147개로, 오는 2029년에는 732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해가야 할 문제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의 대표적 먹거리 사업이지만 이러한 이유에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뜨겁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전력을 사용하며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또 시민들 사이에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혐오시설로 떠오르면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경기도 용인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자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LG유플러스도 경기도 안양에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멈춘 상태다.

정부도 규제에 나섰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 수급에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전이 데이터 센터에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됐는데, 데이터센터 주변 시설의 전기 품질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한전은 전기 공급을 유예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기업들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그룹 데이터센터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신한 디지털 RE100’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네이버도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을 감축·상쇄해 순 배출량을 0 이하로 만든다는 ‘2040 카본 네거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로 인한 환경오염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