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부탁해

패션과 환경의 상관관계

계절은 네 개뿐인데 옷가게의 마네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패션을 선보인다. 소비자들의 선택받지 못한 옷들은 어디로 갈까? 우리가 다양한 스타일의 옷으로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동안 지구는 병들어가고 있다.

편집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른 패션산업

패션산업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UN에 따르면 버려진 옷으로 인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연간 120억 톤,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또한 의류 제조 폐수가 전체 폐수의 약 20%를 차지한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7,000톤에서 많게는 11,000톤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고 가격까지 저렴한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환경 파괴는 더욱 심해졌다. 이들은 1년 사계절을 수십개로 쪼개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그러다 보니 버려지는 옷도 그만큼 증가했다. 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경우, 재고로 쌓이거나 판매 시즌이 종료된 제품들을 다른 곳에서 판매되거나 사람들이 입을 수 없게 고의로 훼손해버리는 것이 포착돼 전 세계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버려진 옷은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됐으며 개발도상국의 강 한복판에 쌓여 아무것도 모르는 소들의 먹이가 됐다.

마땅한 제도와 규제가 없는 것이 문제

현재 우리나라에서 입지 않는 의류를 처리할 방법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하거나 의류수거함에 넣는 것뿐이다. 그나마도 지자체가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의류수거함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일반 시민이 옷을 버리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생활폐기물로 배출된 섬유류는 37만 664톤이다. 이 중 재활용은 2만 1,433톤으로 5.8%에 불과했다. 반면 소각은 26만 5,154톤, 매립은 8만 606톤에 달했다. 일반 종량제 쓰레기와 섞여 파악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로 소각, 매립되는 섬유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부터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실행 중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산업체가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은 물론,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현재 의류는 재활용 의무대상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류 제품에는 재활용 방식이 표시되지 않고, 생산자에게도 재활용 관련 부담금이 없다. 즉 마땅한 제도와 규제가 없어 의류를 무차별적으로 매립하고 소각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 등으로 환경이 더욱 오염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 줄이기

지난 2022년 3월 유럽연합은 패스트패션 규제를 예고했다. 규제의 핵심은 옷을 일회용품처럼 소비하고 버리는 것을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성을 갖출 것,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할 것, 재고품을 대량 폐기하지 말 것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규제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7월 10~12일 국회에서는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 재고 폐기 금지 법안’ 입법을 위한 전시와 토론회가 열렸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멀쩡한 옷을 소각·매립하는 패션 기업의 재고 폐기 문제와 ‘재고폐기금지법’ 발의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소비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꼭 필요한 옷만 구입하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있다. 환경을 생각해 재활용 섬유나 순면을 사용한 옷을 구입한다고 해도 환경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옷을 구입할 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택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고쳐 입는 것이 환경에 더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