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똑똑하게 알고 먹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돼 한 살 더 먹는 게 반갑지만은 않는 중노년층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보조식품이나 비타민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다. 그런데 종류도 많고 효과도 다양한 영양제,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신체 전반이 노화되면서 예비능이 감소한다. 또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약화되면서 식욕과 소화기능에 변화가 오고, 한두 개씩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보니 복용하는 약물에 영향을 받아 영양 불량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과거 빈곤하던 시절의 절대적 영양실조와 달리 ‘영양 불량’은 일부 영양소 과다나 부족에 의한 영양 불균형의 결과인 비만이나 비타민과다증, 단백질 부족증을 모두 포함한다. 이는 만성질환의 높은 이환율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과 당뇨 등은 영양과 직결되는 질환들이다. 따라서 노인 문제의 가장 주요한 화두인 노화와 암을 예방하거나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 혹은 치료의 보완적 요소로서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 등의 이유에서 영양치료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비타민이나 보조제 섭취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관련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과연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이에 대해 근거중심의학 측면에서 효능과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자.
노인에서 영양 불량의 원인 및 유의점
나이가 들면 다음과 같이 노화에 따라 인체구성성분에 변화가 온다.
노화 외에도 인체구성성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신체활동량 저하, 호르몬 변화, 만성질환, 약물 복용, 식사 습관, 유전적 요인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영양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노인의 영양 불량을 평가한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인자는 체중의 변화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대략 한 달에 2% 이상, 석 달에 5% 이상, 6개월에 10% 이상 감소하면 의미 있는 체중 감소라고 볼 수 있다. 영양실조, 식욕 저하, 근감소증, 질환에 의한 염증성 반응을 의심해보고 검사와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비타민과 질병 예방
신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비타민의 심한 결핍으로 인한 대사이상증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심한 부족증보다 미세한 결핍이 있을 경우 악성질환과 동맥경화증과 같은 만성질환에 쉽게 걸리고 악화된다는 관찰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영양 불량을 가진 노인에서 이러한 비타민 부족과 만성질환의 치료 또는 예방 간에 관련이 있는지, 충분한 비타민의 공급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충분한 양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비타민 부족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절대적인 식사량이 줄어들어 필수 비타민이 부족할 위험이 있고, 약물이나 질병에 의해 흡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비타민 보충이 필수적인 경우가 있다. 비타민 관련 효과와 만성질환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주요한 몇 가지 비타민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엽산(folic acid) 가장 많이 알려진 효과는 임신 시 신경관 결손의 예방 효과이다. 만성질환과 관련된 효과로는 먼저 암 예방에 대해 살펴보면, 엽산이 부족하면 정상적인 DNA 합성에 문제가 생겨 암이 유발된다는 가설이 있으며, 일부 관찰 연구에서 엽산 섭취를 한 경우 대장암, 유방암의 위험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심혈관계 질환에서는 엽산이나 비타민 B6, B12가 부족할 경우 고호모시스틴혈증이 올 수 있고, 이는 심혈관계 질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 밖에 엽산이 풍부한 식사를 한 경우 고혈압, 골다공증, 치매의 위험이 줄었다는 일부 보고가 있다.
비타민 D 최근 가장 각광받는 비타민으로, 칼슘 대사 및 골격계에 대한 전통적 역할뿐 아니라, 암, 심혈관계, 근육과 같은 비골격계통에 대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비타민 D 수용체가 골격계뿐만 아니라 전신에 분포하고 세포전달계에 관여하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장량은 이전과 달리 노인은 매일 800 IU 섭취가 권장된다. 노인은 절대적 부족보다 불현성 비타민 D 부족증이 매우 흔하며, 노쇠, 골다공증, 낙상, 골절 및 이로 인한 장기입원,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암과 관련해서는 최근 대장암의 위험을 낮추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전반적인 암 발생빈도의 감소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당뇨와 대사증후군에 있어서 비타민 D가 췌장 베타세포 민감도를 개선, 인슐린 감수성을 호전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밖에도 뇌신경세포의 분화, 이동, 성장에 관련하여 뇌 발달에 영향을 주며, 비타민 D가 부족한 경우 코로나19의 중증도와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일부 역학 조사에서는 낮은 25OHD 레벨(especially <10 to 20ng/mL [25 to 50nmol/L])이 높은 사망률과 관련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므로 충분한 섭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항산화 비타민(비타민 A, C, E)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복용하는 비타민이나 암 예방, 심혈관계 위험도 감소, 면역증가 효과 모두 아직 확실치 않다. 과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되었던 눈과 관련된 비타민 A의 효과도 불분명하고, 비타민 C와 암 예방 효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Physician’s health study II). 전립선암에 대한 비타민 E의 효과도 없고(SELECT study), 치매 관련한 효과도 아직 무작위 연구 결과가 없는 실정이다.
비타민 B12(cobalamin) 흡수장애에 의해 비타민 B12 부족이 흔히 0발견되며, 채식주의자, 알코올 중독에서 결핍증이 호발한다. 대개 내인자 항체, 위산분비 감소(위축성 위염)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우리나라 노인은 위 위축, 저위산증이 흔해서 흡수장애가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에는 위암 환자가 많아 특히 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심한 비타민 B12 결핍증이 올 수 있는데, 신경계 질환과 거대적혈모구빈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빈혈이 없는 경미한 부족일 때에도 노인에게는 인지기능 이상이나 신경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경험적인 비타민 보충으로 가역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경우 혈중농도를 측정해봐야 한다. 비타민 B12 결핍증은 혈중 호모시스틴 농도가 높은 상태와 관련이 있으며, 심혈관계 질환이나 골다공증과 관련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증거는 불충분하다.
영양가 풍부한 건강한 식단이 우선
현재까지 수행된 영양제 관련 연구 결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영양섭취가 감소한 노인에서 전체적인 영양 평가와 함께 영양소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균형 잡힌 영양을 위해 영양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하고 만성질환과 합병증을 조기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 무분별한 섭취는 오히려 다약제 복용, 약물상호작용을 증가시키고 경제적 부담만 늘리므로 권장되지 않는다. 항상 적절하고 건강한 식단을 통한 영양섭취를 우선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