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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를 견인하는
가장 확실한 담보

근육저축

노후 준비라고 하면 대부분 연금이나 자산관리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백세시대에 가장 오래 사용하는 자산은 통장이 아니라 몸입니다. 특히 근육은 건강수명과 자립적인 삶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근육을 저축해야 하는 이유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근육 관리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손성동 경영학 박사·백세청춘연구소장

며칠 전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내가 제 팔뚝을 만지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당신 팔뚝이 왜 이렇게 가늘어졌어? 이제는 여자인 내 팔보다 더 가는 것 같아.”.

깜짝 놀라 제 팔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평생 책상 앞에 앉아 자료를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온 에너지를 머리 쓰는 데만 쏟고, 정작 몸을 지탱하는 기둥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팔다리의 근력이 노후 삶의 질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임을 잘 알면서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차일피일 미뤄왔던 일상이 부끄럽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내의 한마디는 제 노후 준비의 거대한 구멍을 찌르는 경고등이었습니다. 우리는 은퇴 자금이나 연금 같은 재무적 준비에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정작 그 돈을 누릴 ‘몸’이라는 하드웨어의 감가상각에는 무감각합니다.

돈이 없으면 노후가 불편해지지만, 근력이 없으면 노후의 공간은 침대 위로 제한됩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돈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노후의 핵심 자산, 바로 ‘근육저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통장 잔고보다 무서운 ‘근육 잔고’의 파산

흔히 노후 준비라고 하면 경제적 안정부터 떠올립니다. 물론 경제적 안정이 은퇴 생활의 필수 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은행 잔고가 두둑하고 매달 마르지 않는 연금이 나온다 한들, 내 힘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거나 누군가의 부축 없이 집 앞 산책조차 할 수 없다면 그 노후가 과연 행복할까요?

재무 자산이 삶의 수단을 제공한다면, 근육은 삶의 존엄과 자립을 결정짓는 절대적 자산입니다. 금융 자산에 복리의 마법이 있듯 근육에도 꾸준히 쌓아 올려야 노년에 건강 배당금을 받는 법칙이 존재합니다.

인간의 근육은 30대 후반에 정점을 찍은 후 40대부터 매년 약 1%씩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60세가 넘어가면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져 심한 경우 근육량의 절반까지 소실되기도 합니다.

근육 감소는 단순히 외형이 왜소해지거나 힘이 약해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근육이 빠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면서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대사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관절을 지탱하는 힘이 부실해지면 척추와 무릎의 만성통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노년의 삶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치명타가 됩니다. 결국 노년기 건강 악화의 시발점은 대부분 ‘근육 잔고의 파산’에서 시작되는 셈입니다.

책상 앞 좌식 생활자를 위한 ‘근육 틈새 적립법’

그렇다면 저처럼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효율적인 근육저축 방법은 무엇일까요? 거창하게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고 긴 시간을 내야 한다는 강박부터 버려야 합니다. 저축도 소액 적금부터 시작하듯 근육 역시 일상 속 ‘틈새 적립’이 핵심입니다.

첫째, 하체 잔고를 늘리는 ‘의자 스쾃’ 루틴입니다.

책상에서 일어나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50분 동안 집중해서 일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활용한 스쾃을 15회씩 반복하는 것입니다. 의자 끝에 살짝 걸터앉았다가 엉덩이와 허벅지의 힘으로 완전히 일어나는 이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우리 몸 근육의 70%가 집중된 하체를 단단하게 단련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상체 힘을 키우는 ‘벽 푸시업’과 덤벨 활용입니다.

가느다란 팔뚝과 빈약해진 상체를 보완하기 위해 휴식 시간마다 벽이나 튼튼한 책상을 짚고 하는 팔굽혀펴기를 수시로 시행해보시기 바랍니다. 가벼운 덤벨을 항상 책상 위에 놓아두고 전화를 받거나 자료를 검토할 때 틈틈이 들어 올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훌륭한 근육 적립 방법입니다.

셋째, 근육 통장의 예금 행위인 ‘단백질 섭취’입니다.

아무리 저축하려고 해도 재료가 없으면 통장은 비어 있기 마련입니다. 운동 후 근육의 재료가 되는 영양이 부족하면 오히려 근육이 손실될 수 있습니다. 매끼 식사에 두부, 달걀, 생선, 살코기 등 질 좋은 단백질을 의식적으로 챙겨 드시는 것이 근육 통장의 잔고를 늘리는 확실한 예금 행위입니다.

노후의 품격을 결정짓는 배당금

차곡차곡 모아둔 근육저축의 효용은 노후에 상상 이상의 거대한 배당금으로 돌아옵니다.

첫째는 ‘신체적 자립을 통한 자존감 유지’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내 발로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짐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신체 능력은 노년기에 품격을 지키는 핵심기반입니다.

둘째는 ‘활력 넘치는 일상의 지속’입니다. 근육량이 풍부한 사람은 기초대사량이 높아 쉽게 지치지 않으며 만성피로를 겪지 않습니다. 이는 은퇴 후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이나 사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마지막은 ‘질병에 대항하는 면역력’입니다. 예기치 못한 질환이나 수술을 겪더라도 근육량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람은 회복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근육은 그 자체로 우리 몸의 비상 에너지 저장고이기 때문입니다.

인생 후반전은 채우는 삶이 아니라 비우는 삶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결코 비워서는 안 될 딱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근육’입니다. 젊은 날의 바쁨은 위로의 핑계였을지 몰라도 다가올 노년의 건강 앞에서는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아내의 걱정 어린 시선은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책상 위의 모니터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내 몸의 근육 통장을 수시로 들여다보아야 할 때입니다. 재무적 노후 준비만큼이나 뜨겁게 내 몸의 근육을 적립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당장 의자에서 일어나 실시하는 단 한 번의 스쾃이 내일의 나를 당당하게 세워줄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