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그 영양제, 정말 먹어도 될까?
의사가 알려주는 12가지 장기별 건강기능식품 가이드 ⑥

피부

먹어서 채우는 피부 탄력,
가성비 있는 선택일까?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진료실을 찾는 분들의 고민이 늘어납니다. 바로 ‘피부’입니다. ‘바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속부터 채워야 한다.’ 이른바 ‘이너뷰티(Inner Beauty)’라 불리는 먹는 피부 영양제 시장이 대중의 지갑을 가장 흔드는 계절이 지금입니다. 대형마트 건강기능식품 코너나 TV 홈쇼핑에는 콜라겐을 필두로 한 수많은 피부 영양제가 쏟아집니다. 과연 이 영양제들은 우리 피부를 광고 속 모델의 매끄러운 피부처럼 지켜줄 수 있을까요?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생각보다 다양한 피부 기능성 원료들

피부 관련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콜라겐이 지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성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관련 기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은 크게 ‘피부 보습’과 ‘자외선 손상 개선’, 두 가지입니다.

콜라겐과 더불어 대표적인 성분이 히알루론산입니다. 히알루론산은 강한 친수성을 띠는데 자기 무게의 수백 배에 달하는 수분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피부 진피층 수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기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관절 영양제 편에서 언급한 글루코사민 계열의 N-아세틸글루코사민(NAG)도 체내 히알루론산 합성을 촉진한다는 근거로 보습 기능성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피부장벽의 핵심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를 보충해준다는 곤약감자추출물이나, 자외선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핑거루트, 로즈마리자몽추출복합물 같은 개별인정형 원료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원료가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았으니, ‘먹으면 피부가 좋아지겠지’라는 믿음은 더욱 공고해집니다. 하지만 실제 근거는 대중의 기대와 다릅니다.

먹은 영양제가 어떻게 얼굴 피부로 갈까?

소화와 대사에 대한 과학적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의문이 들 것입니다. 우리가 피부 탄력을 위해 섭취하는 콜라겐은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이고, 히알루론산은 다당류 덩어리입니다. 이 성분을 입으로 먹는다 해도 소화기관은 그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콜라겐은 글리신, 프롤린과 같은 아주 작은 아미노산 단위로, 히알루론산도 단당류 단위로 분해한 뒤에 소장에서 흡수합니다.

여기서 우선순위의 문제가 생깁니다. 소화되어 흡수된 아미노산과 영양소들은 전신 혈액을 타고 돌며 우리 몸이 급하게 필요로 하는 곳에 먼저 배정됩니다. 대사 우선순위에서 뒤쪽으로 밀리는 얼굴 피부의 주름을 펴는 데 쓰이는 분량은 내 몸 안의 중요한 장기들이 골고루 나눠 쓴 뒤 남은 극미량에 불과합니다. 닭발이나 돼지껍데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얼굴이 아니라 뱃살로 먼저 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생리적 기전과 실제 효과의 차이

그런데 흥미롭게도, 먹는 콜라겐이나 히알루론산이 실제로 피부 보습이나 주름 개선에 일부 효과가 있다는 임상 연구들도 꾸준히 발표되어왔습니다. 언뜻 이들 성분이 직접적으로 피부를 지탱하는 건축 자재처럼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대로 소화기관을 통해 분해된 상태에선 이런 작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 다 분해되어 사라져야 할 영양제들이 어떻게 피부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일까요?

콜라겐의 경우, 최근 연구들에서는 소화과정을 거치고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일부 디펩타이드나 트리펩타이드 형태의 작은 조각들이 혈액 속으로 흡수되어 피부 진피층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조각들이 피부 속 콜라겐 공장인 섬유아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면 세포는 피부의 콜라겐이 파괴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 가짜 위기 신호를 받은 세포는 피부를 복구하기 위해 스스로 콜라겐을 만들어내는 펌프를 가동하기 시작합니다. 히알루론산 영양제도 장내미생물에 의해 쪼개진 파편들이 림프계를 거쳐 피부세포를 자극하고, 자체 수분 생산 스위치를 켜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합니다.

실험실 수준이나 소규모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이들 기전은 매우 그럴싸해 보입니다. 이너뷰티 업체들은 이 기전을 대단한 의학적 혁신처럼 광고합니다. 동물성 콜라겐보다 분자량이 작아 흡수가 잘된다는 ‘저분자 피쉬 콜라겐’ 마케팅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러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한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콜라겐 복용은 피부 보습과 탄력에 있어 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동물성(소, 돼지) 콜라겐과 어류(마린) 콜라겐 간의 효과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던 기존 연구들에 대한 더 냉정한 시각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많은 연구들이 콜라겐 제조사(업계)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업계의 지원과 무관한 독립적인 연구나 엄격한 방법론을 적용한 질 높은 연구들만 따로 모아서 분석했을 때는 콜라겐의 효과가 현저히 약해지거나 의미가 없어졌다는 사실입니다.

히알루론산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을 보면, 히알루론산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수분감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피부의 단단함이나 피부장벽의 핵심 지표인 표피 수분 손실량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샘플 수가 적고 연구 간 편차가 심해 이를 피부 노화의 치료제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생물학적 기전이 존재한다는 것과, 거울 속 내 얼굴의 노화를 막아주는 실제 임상적 효능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실험실에서 세포에 미치는 효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재까지 과학적 근거가 약하며 마케팅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많습니다.

피부가 원하는 진짜 가성비 처방전

식약처가 허용한 문구를 한 번 더 살펴보세요. ‘주름을 지워준다’거나 ‘피부를 젊게 만든다’가 아닙니다. 그저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조건부 보조제일 뿐입니다. 여름철 피부를 위해 이보다 확실한 의학적 근거를 가진 가성비 처방을 제안합니다.

첫째,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바르는 것입니다. 피부 노화와 콜라겐 파괴의 주범인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만큼 탄력을 지키는데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둘째, 충분한 수분 섭취입니다. 일상에서 수분이 부족하지 않게 물을 자주 마셔 피부가 가진 본연의 수분 방어선을 유지해주는 것이 더 현명한 습관입니다.

셋째,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 것입니다. 식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비타민C와 풍부한 항산화 물질들은 영양제 형태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우리 몸의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체내에서 콜라겐을 합성하도록 돕습니다.

오승원 교수

만성질환 환자를 진료하면서 질병 예방, 영양, 건강증진 연구를 하고 있다. 의사-환자 관계와 소통에 관심이 많으며 저서 「반딧불의원」과 다양한 칼럼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교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