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드라마, 넷플릭스 시리즈 등에서 종횡무진하는 배우로는 꼽으라면 김남길이 첫손에 꼽힌다. <도적: 칼이 소리>, <열혈사제>, <트리거>로 바쁘게 팬들과 소통 중인 김남길은 제작에도 참여하며 배우의 영역을 넘어 창작자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글 남혜연 사진 넷플릭스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의 주인공
"어떤 상황에선 비겁하기도 하고 숨기도 하죠. 하하", 기본적으로 "약자를 대변하려는 성향이 있어요." 배우 김남길이 인터뷰에서 의도치 않게 정의로움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부터 시리즈물로 안착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지난 7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까지 주로 정의로운 사도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리거>는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45개국 TOP 10 시리즈(비영어) 리스트에도 랭크될 정도로 화제성이 높았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만약 <트리거>가 미국에서 제작되었다면 흔한 액션 스릴러였을 것이다. 하지만 배경인 한국은 총기 규제가 매우 엄격하고 총기를 소지하는 일도 매우 드물다"며 배경 차이에서 오는 신선한 접근을 높이 평가해 눈길을 모았다. 그런 작품의 한가운데 서 있는 김남길에게 이 작품의 의미를 들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거창하게 정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살면서 지켜가는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입장에서 캐릭터를 확장하니까 본의 아니게 정의로운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빌런을 연기하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정의로운 역할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웃음)"
<트리거>는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 다른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물이다. 김남길은 이번 작품에서 군 스나이퍼 출신으로 사람들의 손에서 총을 내려놓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 이도 역을 맡았다. 하필이면 작품이 공개되는 시기에 국내에서 드라마와 오버랩되는 실제 총기 사건이 발생해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는 "저희가 그런 상황을 예견하고 만든 것은 아니니 작품과 사건은 별개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문을 떼더니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고 만들었다고 했는데,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 아닐까 했는데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나서 놀랐다. 그런 의미에서 시기가 맞물려 조심스럽긴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기획에 끌린 영화
매번 해온 정의로운 역할에 고난도 액션까지 해야 해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한 장면도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인 배우 김남길은 먼저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기획이 좋아서"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가치관이 바뀌기도 했다. 어떤 형태로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 작품을 한 후에는 '누군가를 죽여야만 이뤄지는 평화는 재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저는 이 기획이 좋았어요. 대한민국은 국민의 절반이 총을 다뤄본 나라잖아요. 이 이야기가 글로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죠. 총이 풀리면 총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신선했죠. 저도 어릴 때 '나에게 총이 있으면'이란 생각을 해봤으니까요. 어릴 때 게임 같은 데서 총을 접하니까…. 총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죠. 그래서 총알 수나 총기 종류에 대해 예민하게 접근했고, 웬만하면 총에 대해 잘 알고있는 나라여서 그 점에 더 신경을 썼어요."
연기에 이어 제작까지 재능을 펼치는 배우
김남길은 최근 연기 외에도 제작에 참여한 단편영화 <문을 여는 법>이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기쁨을 누렸다. 자연스럽게 '제작자 김남길'로서의 책임감도 느끼는 가운데 그는 "한국 콘텐츠 업계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어느 정도로 수준이 올라왔다"며 "지금은 영화도 별로 없고 투자도 많이 줄어들어 다 같이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든 건 아니지만, 반응이 좋다는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좋은 스토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판타지아 영화제) 심사위원이 해준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우리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느끼는 것은 똑같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단편영화인데도 그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줬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