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보고서

사람들의 온기로
따뜻해지는 길

부여 자온길

백제문화권으로 기억되는 부여는 박물관을 시작으로 역사문화 여행을 하기 좋은 지역이다. 정겨운 골목길을 걸으며 소소한 문화를 느끼고 체험하며 조용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도 방문해보자.
규암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편집실 사진 백기광, 송인호

1930년대 금강권역 중심지였던 부여 규암면은 극장과 백화점이 있을 정도로 번성한 곳이었지만 다른 지방 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구가 줄며 빈집이 하나둘 늘어났다. 다시 예전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 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온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카페와 책방, 밥집이 문을 열었고, 청년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도자, 금속, 섬유, 목공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인들이 마을에 자리 잡으며 공방이 늘어나고, ‘123 사비 공예마을’이라는 브랜드도 생겼다. 공방을 운영하는 창작자들이 만든 공예품들을 구경하며 구입할 수 있고,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 체험도 가능하다.

백제시대, 규암마을에 있는 ‘자온대’라는 바위에서 왕이 놀면, 바위가 스스로 따뜻해졌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온기로 스스로 따뜻해지는 길-자온길’이 만들어졌다. 낡은 한옥이 레트로한 공간으로 거듭났고, 오래된 담배 가게는 힙한 독립서점이 되었다. 마을의 옛이야기를 품은 집들이 모여 지금의 규암마을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