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땀이 나고 눕고 싶어요
가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은 만성질환 때문에 약물치료를 받거나 암생존자 또는 다양한 건강위험요인으로 인해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이런 환자들을 30년 동안 진료해온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동반 증상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지 공유한다.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전에 45명 정도 진료를 보는데, 그 중 가볍게 약만 타 가시는 분은 5~10명에 불과하다. 다른 분들은 항상 다른 증상에 대해 질문한다. 예를 들어 ‘다리가 저리고 아픈데 병이냐’, ‘검사를 해야 하느냐’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어떤 때는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도 전에 다른 질문을 하기도 한다.
사람은 운동, 영양, 스트레스의 균형이 잘 맞고, 폐에서 깨끗한 산소를 잘 들여와 필요한 것을 혈관을 통해 각 장기로 보내고, 노폐물을 잘 제거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혈압, 고지혈증으로 약물치료 중 폐암과 위암을 겪고, 규칙적으로 추적관찰 중인 84세 여성의 경우를 살펴보자.
환자는 2004년부터 혈압, 이상지질혈증으로 약물치료 중 2014년 73세에 폐 선암 진단을 받았다. 키 147cm, 몸무게 58kg으로 비만이었고, 일과를 여쭤보니 아침은 간단히 떡을 드신 다음 스트레칭을 한 시간쯤 하고, 점심으로는 오후 2~3시경에 밥을 반 공기 정도 드신다고 했다. 그 후엔 머리를 들기가 힘들어 2~3시간가량 낮잠을 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환자는 혈압약을 복용 중인데 가끔 수축기혈압이 90mmHg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낙상과 수면장애가 심하다고 해서 혈압약 용량을 줄여드렸다.
환자에게는 스트레칭을 조금 줄이고, 걷기운동을 30분 정도 하도록 권유하고, 세끼를 규칙적으로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밥에 김치만으로 점심·저녁 식사를 하던 중 2017년 4월 위암 진단을 받게 됐다. 또 췌장에 낭종성 종양이 함께 발견되어 2017년 10월 복부초음파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다 식은땀이 나고 머리를 들기 어려워 신경외과 진료를 예약한 후 기다리다가 앞으로 넘어지는 증상으로 여러 장기에 대한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췌장의 낭종성 종양이 갑자기 한 달 사이에 1.7cm에서 2.7cm로 급격히 자라고 내부에 종괴가 나타나 췌장암 진단과 함께 수술 치료를 받게 됐다.
암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원래 암의 재발이나 전이가 아닌 다른 암이 발견되면 2차암이라고 한다. 암을 겪은 환자는 원래 암의 재발 가능성도 높지만, 2차암의 발생 위험도 같은 연령의 일반인보다 약 2.3배 높다고 보고된다. 예를 들어 대장암의 경우, 수술 후 남은 대장에서 2차 암이 발생할 위험이 2.4배이고, 2차로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일반인의 약 1.4배, 위암은 1.7배로 알려져 있다.
암을 겪은 환자에게
2차암이 잘 생기는 이유
암과 같은 만성질환 발생은 생활습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환자와 같이 조금만 힘이 생기면 자신의 체력에 비해 과한 스트레칭이나 걷기운동을 하고, 떡이나 빵, 과일 등 간식만으로 때우는 불규칙한 식사로 힘의 균형이 잘 맞지 않으면 암이 생길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환자의 증상 중 움직이지 않을 때 식은땀이 나거나, 머리를 들고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이 떨어지는 상태가 반복되면 기존에 있던 종양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환자는 조금만 체력이 떨어지면, 남편과 트러블을 일으키면서 스트레스에 과민해지고 식사를 거르곤 해서 갑자기 암이 커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데도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숨이 찰 때, 식은땀이 나고 머리를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의 증상이 반복되면 검진 주기와 상관없이 암 여부를 검토한다.
몸에 무리가 된다면 쉬는 것이 우선
운동을 30분, 1시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순간순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힘의 균형을 맞추어야 암, 퇴행성 뇌신경질환 등 중증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이 들면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는 등 일반적인 건강 수칙에 맞추어 몸에 무리가 되는데도 운동을 지속하다보면 힘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고, 이상 증상이 반복되면서 몸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마치 몸살이 난 순간 운동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듯, 몸이 조금 힘든 듯하면 바로 운동을 멈추거나, 그날은 운동을 쉬고 휴식 시간을 늘리는 것이 현명한 신체활동법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운동 직후 단 음식과 우유 또는 두유 등 간식을 먹는 습관을 유지하면, 갑자기 체력이 떨어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예부터 몸의 증상에 맞추어 휴식과 신체활동을 병행해왔기 때문에, 지식이 없어도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