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건강증진

AI가 이끄는 신약 개발의 혁신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패턴을 도출함으로써, 기존 방식으로는 탐색이 어려웠던 신약 후보 물질을 더욱 효율적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는 고도의 연산 능력을 갖춘 연구 조력자로서 약물 설계 및 최적화뿐만 아니라 임상시험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신약 개발은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수조 원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지만, 수많은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등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AI, 신약 개발 전 과정에 도입

AI는 신약 개발의 여러 단계에서 활용되며, 적용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신약 개발의 첫 단계는 특정 질병을 표적으로 하는 생체 분자(타깃)를 규명하는 과정이다. AI는 유전체 데이터, 단백질 구조 데이터, 생화학적 상호작용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타깃을 발굴하고, 기존 타깃의 유효성을 재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의 ‘로제타폴드’는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규명하는 것은 약물-표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과거에는 X선 결정학, 핵자기 공명 분광법, 극저온 전자현미경 등의 기술을 활용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AI 기반 모델들은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타깃이 결정되면, AI는 해당 타깃과 결합할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성 AI는 대규모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학습하여 최적의 화학구조를 설계하고, 분자 모델링을 통해 약물의 약리학적 특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AI는 다양한 물리화학적 변수와 생체 적합성을 고려하여 신약 후보 물질의 결합 친화성, 용해도, 독성 등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약물의 효능을 최적화한다. 실제로 인실리코 메디슨은 AI를 활용하여 신약 후보 물질 탐색 시간을 10배나 단축했으며, AI 설계 신약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엑센시아는 AI 기반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제약회사와 협력하며 최적화된 후보 물질을 더욱 신속하게 도출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AI는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임상시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는 환자의 유전 정보, 임상 기록, 생체 표지자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약물에 반응성이 높은 환자군을 선별하고,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더욱 정밀한 임상 설계가 가능해지며, 부작용을 최소화해 맞춤형 치료 개발이 가속화된다. 또한 AI는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최적화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자동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환자 모집 속도가 향상되고,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전략이 기존 방식보다 임상 1상 시험의 성공률을 높였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AI, 신약 개발의 만능 해결책일까?

AI는 새로운 치료 타깃 발굴, 약물 설계 및 최적화, 임상시험 효율성 증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주요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기반으로 그 잠재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솔루션은 아니다. 신약 후보 물질의 발굴 시간이 단축되었다고해도, 신약 승인까지는 여전히 임상시험, 약물 최적화, 독성 테스트 등 AI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 남아 있다. 신약 개발의 본질적인 복잡성으로 인해 AI는 인간 연구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보완하는 조력자로 기능해야 하며, 앞으로 AI와 과학자들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AI 기반 신약 개발은 여전히 몇 가지 한계와 과제에 직면해있다.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임상시험성공률 향상, 독성 예측의 정확성 확보, 고품질 데이터 확보, AI모델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AI 기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AI 전문가, 제약 연구자, 규제 당국 간에 지속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AI는 신약 개발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더 빠르고 저렴하며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법을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다만, 기술 발전과 함께 윤리적·규제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한계점을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