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의 눈이 반짝였다. 한결 여유로워 보였고, 차분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 2를 연이어 성공시켰고 20대부터 지금까지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왔다. 무엇보다 이정재는 배우인 동시에 사업 영역도 확장하는 등 또 다른 큰 그림을 그리며 늘 성장하고 싶어 했고, 하나씩 이루고 있다.
글 남혜연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톱스타 이정재를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이정재 역시 작품을 대하는 애정이 남다르다. 이 작품을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감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번에도 이정재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 인물이 되는 성기훈을 연기했다. 시즌 1에서 최종 생존자로 우승 상금 456억 원을 받은 성기훈은 인생을 맞바꿀 돈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대신 제 손으로 모든 것을 끝내기로 결심하고 시즌 2에서 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가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으로 이정재는 K-콘텐츠를 대표하는 '월드 클래스 배우'가 됐다.
"글을 쓰고 연출하신 감독님이 시즌 2를 ‘하겠다, 해야 되겠다’고 결심하신 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꾸릴까 많은 고민을 하셨죠. 기훈이 이렇게는 못 지나가겠다, 내가 그들을 반드시 잡아서 단죄해야겠다고 하는 목적성을 강화한다면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판단하셨다고 합니다. 기훈의 성격이 많이 바뀐 것이 시즌 2의 원동력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연기자 입장에선 너무 고마운 일이었죠. 기훈이라는 인물은 저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시즌 2에서 더 신중해진 연기
고마움과 의욕이 가득했지만, 고충도 있었다. 어느덧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캐릭터가 변하긴 했지만, 1년 정도 기훈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왜 변했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강성으로 연기를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던 가운데, 잠깐씩이라도 유쾌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했다.
"시즌 2에서 저는 목표, 목적을 향해서 가는 캐릭터로 잡혀 있었고, 기훈이가 시즌 1에서 보여준 밝음과 재미는 다른 캐릭터가 하는 것으로 대체됐죠. 저도 아쉽지만 기훈에 대해서는 고민이 정말 많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황동혁 감독님의 장점은 한 장면 안에 여러 반전 요소를 넣는다는 점이에요. 전체 시즌을 놓고 봤을 때 큰 굴곡으로 인한 캐릭터와 이야기의 변화도 잘 그려내시죠. 시즌 3이 나오면 완결성 때문에 기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외에 조금 더 다른 의견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만큼 성숙해진 월드스타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예상 가능한 결말, 새로운 게임의 흥미로움이 있었던 가운데, 이정재의 출연료도 화제였다. 시즌 1 당시 이정재는 회당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시즌 3까지 13부작으로, 그가 받을 예상 출연료는 1,300만 달러(171억 3,400만 원)로 추정된다. 국내 배우로는 사상 최고의 액수였고, 이정재 역시 이러한 질문을 예상한 듯 숨을 한번 고르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사실 흥행했다고 해서 예산을 과도하게 쓰지는 않아요. 촬영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쓰는 것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제 개런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넷플릭스와의 관계잖아요. 시즌 2와 3은 미국에 있는 에이전시 CAA가 진행하죠. CAA에 '다른 조건은 다 괜찮다. 넷플릭스와의 관계만 잘 유지해달라. 너무 타이트하지 않게, 유연하게 해달라. 관계가 안 좋아질 정도로 계약하면 내가 한국에서 욕먹는다. 이정재 사례가 생기면 다른 배우들이 계약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니 그건 안 된다'고 부탁했죠. 서로가 제일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잘 조절해줘서 만족하는 조건이 됐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최근 이슈에 대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한 이정재. 그는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오해 없도록 설명하면서 잘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더 많이 고민해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층 달라진 월드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연기만큼이나 성숙해진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작품을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