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료서비스는 점점 더 개인화·스마트화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의료 AI 챗봇이 자리한다.
의료 AI 챗봇은 환자와 의료진 간 상호작용을 지원하고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글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초기의 의료 AI 챗봇은 단순한 규칙 기반 시스템으로 고정된 응답만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생성 AI 기반의 대화형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더욱 자연스럽고 유연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자연어 처리(NLP)와 기계학습(ML) 기술을 활용한 의료 AI챗봇은 건강 상담, 의학 정보 제공, 병원 예약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접근성을 향상하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AI 챗봇들은 더욱 정교한 기능을 갖추었다. 구글이 2024년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기반 챗봇 ‘에이미(AIMI)’는 호흡기질환과 심혈관질환 진단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의료 인터뷰에서 인간 의사와 유사한 수준의 정보를 습득하고 공감 능력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는 실제 환자가 아닌 배우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지만, 환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 AI의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였다.
건강 행동 촉진 역할
의료 AI 챗봇은 환자들의 건강한 행동을 촉진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에서는 대장내시경검사를 앞둔 환자들이 AI 기반 앱을 활용했을 때, 식이 제한과 배변 준비 지침을 따르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암 생존자와 환자를 위한 운동, 영양,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이 있으며, 모유수유 중인 산모와 의료진에게 약물 정보를 지원하는 챗봇도 활용되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도 의료 AI 챗봇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사용자의 식사 기록과 혈당·혈압 수치를 분석해 맞춤형 건강 조언을 제공하고, 약 복용 알림이나 운동 계획을 안내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최근에는 사진을 분석해 자동으로 식단을 추적하는 챗봇도 등장해 더욱 정밀한 건강관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맥박이나 혈압,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경우 챗봇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가까운 의료기관 방문을 안내하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아 분석할 수도 있어 더욱 정밀한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의료 AI 챗봇은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일 뿐이며, 질병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
정신 건강 관리에도 활용
정신 건강 관리에서도 의료 AI 챗봇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해 명상이나 호흡법을 추천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돕는 것은 물론, 간단한 대화를 하며 기분을 파악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인지행동치료(CBT) 기능을 제공하는 챗봇이 개발되어, 사용자가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정신 건강 문제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심각한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생활 속 유용한 도구로 자리매김
의료 AI 챗봇은 더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생활 속에서 활발히 활용되는 유용한 도구이다. 환자들은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챗봇을 활용해 증상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고, 병원 방문이 필요한지 참고할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의료기관의 행정 업무를 간소화함으로써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앞으로 AI 챗봇은 더욱 발전하여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해지고, 텍스트뿐만 아니라 영상과 음성을 활용한 다중 모달리티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발전이 거듭되면 의료 AI 챗봇은 단순한 질의응답 도구를 넘어, 환자와 의료진을 잇는 지능형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