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중장년들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행복하게 살라’는 주례사를 듣고 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책도 세워보자.
글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장
혼인지속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을 황혼이혼이라 부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4년 2/4분기 이혼건수 22,831건 중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의 이혼건수는 8,686건으로 전체 이혼건수의 38.0%를 차지했다. 이는 신혼이혼에 해당하는 혼인기간 4년 미만의 이혼 비중(16.1%) 대비 약 2.4배 높은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2022년 황혼이혼 비중(36.7%)과 2023년 비중(35.6%), 2024년 1/4분기의 비중(37.2%)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3년에 잠시 낮아졌던 황혼이혼 비중이 2024년 들어 다시 증가한 것이다. 시간을 좀 더 확장하면 어떨까? 1990년에는 황혼이혼 비중이 5% 정도에 불과했으니, 약 30년 만에 황혼이혼 비중이 7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성별·연령별 이혼율은 어떨까? 황혼이혼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50~59세 연령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남자의 이혼건수는 6.0건, 여자의 이혼건수는 5.2건이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50~59세의 이혼율은 남성 0.60%, 여성 0.52%이다. 60세 이상의 이혼건수는 남자가 3.1건, 여자가 1.9건이다. 마찬가지로 이를 백분율로 환산한 이혼율은 남성 0.31%, 여성 0.19%이다. 남성의 이혼율이 높은 것은 해당 연령대의 남성보다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백분율로 환산한 황혼이혼율은 남녀 모두 1% 미만이니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이 여러 인생 단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임을 감안하면 절대적 수치를 보고 안심하면 큰코다친다. 흔히 결혼을 인륜지대사라고 하는데, 이혼은 바로 그 인륜지대사가 허물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 젊은이의 이혼과 달리 황혼기에 이혼하면 재혼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재혼하더라도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황혼이혼이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점
황혼이혼은 한 가정은 물론 당사자에게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궁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이 황혼이혼을 하면 부부가 재산을 반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 가령 재산 10억 원이 있는 부부가 이혼해 각각 5억 원씩 가져간다고 가정해보자. 표면적으로 보면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활비가 각자도생한다고 하여 반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공동경비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살든 각자 살든 수도광열비, 각종 세금 등의 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이혼하면 생활비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2인 생활비의 2/3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적 충격과 외로움에 따른 건강 악화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과 고독사 확률이 높다는 각종 연구 결과들이 이를 반증한다.
황혼이혼의 이유? 성격 차이!
황혼이혼을 피하려면 그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 배우자의 부정, 경제적 궁핍 등 이혼사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성격 차이다. 이는 신혼이혼이든 황혼이혼이든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신혼이혼이야 아직 같이 산 기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간에 성격을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20년 넘게 같이 산 부부라도 성격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혼식은 매우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출발점이다. 결혼하면 두 사람의 생각이 하나로 일치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형성된 인성이나 가치관 등은 결혼을 했다고 하여 쉬 변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차이는 결혼 이후 발생하는 다양한 이벤트로 수면 아래 묻혀 있을 뿐이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 양육과 교육에 온통 정신을 쏟는다. 우리나라는 맹모삼천지교의 나라 아닌가. 부부의 성격 차이가 이혼을 거론할 만큼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그러다 중년이 되어 은퇴를 하면 부부는 한 지붕 아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낸다. 아이들은 이미 독립하여 나가고 오롯이 부부 두 사람의 일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두 사람 간의 차이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로 나의 배우자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하며 실망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결국 황혼이혼의 대부분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싸움의 기술이 필요
황혼이혼을 피하는 방법은 원인 속에 이미 나와 있다. 미국의 유머 작가이자 논픽션 저자인 데이브 모이러(Dave Meurer)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결혼은 완벽한 부부가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불완전한 부부가 서로의 차이점을 즐거이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황혼이혼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첩경임을 잊지 말자. 미국의 고민상담 칼럼니스트인 앤 랜더스(Ann Landers)의 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든 부부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듯이 싸움의 기술도 배워야 합니다. 좋은 싸움은 객관적이고 정직하며 절대 사악하거나 잔인하지 않아요. 좋은 싸움은 건강하고 건설적이며, 결혼생활에 평등한 파트너 관계라는 원칙을 세워줍니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부부는 싸우면서 알콩달콩 살아간다. 문제는 그 싸움이 나쁜 싸움이 아니고 좋은 싸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글과 필자가 오랜 부부싸움 끝에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부부간에 좋은 싸움을 하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 5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나의 남편과 아내가 완벽한 배우자이길 바라지 말라. 둘째, 솔직하게 말하고 배우자가 아닌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자. 셋째, 배우자에게 험담보다는 칭찬을 하도록 노력하자. 넷째,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자. 다섯째, 싸울때는 격한 싸움일수록 평정심을 찾는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