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리포트

건강한 적정 체중

비만은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말하는데, 키에 비해 얼마나 체중이 나가는지를 계산한 BMI를 사용해 비만도를 따지곤 한다. 하지만 키와 체중만으로 계산하는 BMI 지수는 서양인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며 체지방량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 ‘살 빼는 비법’에만 관심을 쏟고 정작 더 중요한 ‘건강을 위한 적정 체중’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숙고는 부족하다. 비만이 되지 않도록 ‘건강을 위한 적정 체중의 관리’에 대해 알아보자.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례 1: 62세 여성 A씨는 늘 키 160cm에 몸무게 60kg 정도(BMI 23.4)를 유지해 특별히 비만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마른 비만’이라는 용어가 들려 ‘내 얘긴가?’ 싶고 예전보다 뱃살이 늘어서 체중을 줄여야 하는지 고민이다.

사례 2: 48세 남성 B씨는 키 180cm에 몸무게 83kg(BMI 25.6)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매일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한다. 신체검사에서는 BMI 25를 살짝 넘어가기 때문에 비만으로 분류되지만 ‘건강한 비만’인 상태로 지내기 위해 현재 체중을 지키려고 한다.

BMI는 적정 체중의 척도인가

비만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체질량지수(BMI)는 1895년 미국 보험업계가 만든 지표로,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 지방량을 추정하기에 비만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 기준을 BMI 30 이상으로 정의하지만,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WPRO)에서는 아시아인의 비만 기준을 BMI 25 이상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BMI 18.6~22.9는 정상, 23.0~24.9는 과체중, 25.0~29.9는 비만, 30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BMI는 비만을 파악하는 단순 계산식이기에, 의학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비만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비만 전문가 단체인 ‘캐나다 비만(Obesity Canada)’은 2020년 ‘성인 비만: 임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BMI가 비만 관련 합병증을 판단하는 정확한 지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BMI의 가장 큰 한계점은 체중에만 의존하기에 체지방과 근육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지방량이 적고 근육량이 많은 운동선수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서 BMI가 높아져 비만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체지방량이 많고 근육량이 적은 일반인은 BMI에 따라 정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적정 체중을 결정하는 여러 조건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BMI가 비만을 평가하는 지표로 자리 잡았고 이를 기준으로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 이 때문에 BMI를 배제하기보다는, 다른 지표와 병행해 비만을 진단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체지방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골밀도 측정장비인 DEXA(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를 이용해야 하지만, DEXA는 고가의 장비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서 구입하기 어렵고 일반 국민도 비만 진단에 쉽게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의사협회(AMA)는 비만 진단 시 BMI와 함께 신체비만지수(BAI), 상대지방량(RFM), 허리둘레, 유전적/대사적 요인 평가 등 근거 있는 비만 진단법을 활용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학계는 허리둘레를 이용해 비만을 확인하는 지표에 주목한다. 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비율인 WHtR(Waist-to-height ratio)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BMI에 더해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여 비만을 질환으로 진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즉, 적정 체중은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기보다는 성별, 연령, 생활습관, 근육과 체지방의 양과 비율, 동반 질환의 유무 등 개인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확대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사례에서 언급된 A씨와 B씨에게 적정 체중의 개념을 확대하여 적용해보자. 비록 BMI가 정상인 60대 여성이라고 해도 운동을 해서 근육량을 늘려야 하는 ‘마른 비만’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BMI가 비만 범주에 드는 40대 남성이라고 해도 동반 질환 없이 근육량이 충분하다면 현재의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건강한 과체중’의 범주에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비만을 단순히 ‘살이 찐 상태’로 규정하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 정도로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비만은 여러 가지 질환이 공존하는 상태 또는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원인 자체일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인 입장이다. 최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리뷰(Nature Reviews Disease Primers)는 대사증후군에 포함되는 고혈당,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이 개별적인 위험 요소가 아니라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복부비만은 내장지방 축적과 관련이 깊으며, 내장지방은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해 고혈당을 유발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대사증후군이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과 2형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등에 근본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한다는 점을 밝히면서 대사증후군의 종합적인 관리와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단히 상식적인 내용이겠지만, 당뇨병, 비만,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 대사질환은 개별적인 질환이 아니라, 대사증후군을 기본으로 상호 연관된 만성질환임을 인지하고 예방과 치료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들이 많이 발전하고있지만,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국민 개개인이 젊은 나이부터 고혈당·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골고루 들어 있는 균형 잡힌 음식을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또 꾸준히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증진 실천 필요

지난 10년간 국내 성인 비만율은 남성 47.7%, 여성 30.7%로 증가하고 있다. 비만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상 체중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은 5배, 고혈압은 3.5배, 고지혈증은 3.5배 등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비만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0년 기준 국내 비만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33조 원을 넘었고 2035년엔 약 9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비만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우울, 사회적 고립 등 심리적인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 다양한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더욱 근본적인 건강증진의 실천임을 인지해야 한다. 즉, 비만 예방과 체중유지가 단순히 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필수적 과제임을 사회적으로 공감해야 한다. 적정 체중의 개념이 ‘날씬한 것’을 지향하기보다는 건강과 관련된 지표들에 대한 다면적 평가를 통해 개인의 조건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임을 알고 좀 더 긴 호흡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유지해나가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