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 토크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배우 강동원

강동원이 달라졌다. 이전의 강동원은 완벽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작품에 심하게 몰입했고, 속내를 꺼내 놓기를 쉽지 않아 했다. 어느덧 선배의 위치에 올라섰고 또 세월의 흐름에 그 역시 조금은 달라졌는지 한결 부드럽고 친숙해졌다. 배우 강동원을 만났다.

남혜연 사진 제공 AA그룹

“배우 박정민을 잘 챙겨주고 싶다. 박찬욱 감독님과 이병헌 선배의 조언을 받았다” 등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낸 것은 물론, 말을 능숙하게 잘 타는 것에 대해 묻자, “허벅지는 자신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유까지 부렸다. 배우 강동원이 또 다른 매력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강동원의 최근 작품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전, 란>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동원이 생애 처음 노비 역할을 맡은 것’이 화제였다. 그러나 배우 강동원이기 때문이었을까. 산발에 수염까지 파격적인 모습이었지만, 문무에 출중하고 리더십까지 갖춘 완벽한 노비였다. 강동원이 맡은 노비 천영은 최고의 검술실력을 가진 인물로, 부당하게 규정된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 본래의 양인 신분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노비 역할이라고 크게 다른 건 없었어요. 감독님과 초반에 분장, 특히 수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수염을 처음 붙여봤어요. 예전에 테스트했을 때는 안 어울려서 안 했는데 이제는 어울리더라고요. 수염이 어울리는 나이가 된 거죠. 그럴듯해서 저도 놀랐어요. 저를 안 지 10년이 넘은 영화사 대표님도 ‘이제 수염이 어울려.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하셨죠. 촬영 초반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등장했는데 감독님도 만족해하셨어요.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는 했죠.”

천상 영화배우 강동원

‘영화배우’라는 수식어가 무척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한 명이 강동원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수십 편에 출연했다. 드라마는 데뷔 초에 몇 편 출연한 게 전부라 ‘강동원, 드라마 캐스팅 논의 중’이라는 말만 나와도 화제가 되곤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대형 스크린 안에서의 몸짓이 더욱 자유로웠고 ‘배우 강동원’이라는 티켓 파워가 확실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강동원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출연하면서 OTT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에 대한 속내도 궁금했다.

“넷플릭스나 영화나 작업하는 건 비슷하지만, 넷플릭스의 표현 수위가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작품이 극장에 걸리면 손익분기점을 생각해야 하니까 수위가 낮아지잖아요. 넷플릭스에서는 자유로운 지점이 있어서 그게 좋았아요. 만약 극장 개봉이었다면 팔다리를 그렇게 자를 수 있었을까요. 또 극장에 걸리면 스코어가 매일 나오지만, OTT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시청 시간이 뜨긴 하지만 얼마나 본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무대인사를 안 도니까 허전하긴 해요. <전, 란>을 전 세계 사람들이 보고 캐스팅 제의가 많이 오길 바라는 마음만 있어요.(웃음) 외국 유명 제작자, 감독님들이 보고 연락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아카데미 신입회원 초청 배우

강동원은 <전, 란>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박정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민 씨가 사람이 진짜 정이 가는 스타일이이에요. 뭐라도 챙겨주고 싶다고 해야 할까. 그 자체로 멋진 모습들을 많이 봤죠. 진심으로 같이 작업해 좋았고 고맙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람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정민 씨가 연기하는 방식을 옆에서 보면서 실제로 많이 배웠어요.”

강동원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신입회원으로 초청됐다. 정식 회원이 되면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의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강동원은 미국 아카데미의 회원이 된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앞서 많은 선배가 훌륭하게 길을 잘 닦아놓았기에 강동원의 입성은 자연스러웠다.

“저의 미국 매니지먼트에서 아카데미 회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회사에서 진행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제가 직접 회원들에게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평소 부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누구한테 부탁할까 고민하다 박찬욱 감독님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추천서를 써주셨어요. 그런데 총 세 분의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병헌 선배에게 부탁했는데, 역시 흔쾌히 써주셨어요. 아카데미 회원이 되면 뭐가 좋은지 아직 모르겠지만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것은 그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강동원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