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약 복용

살 빼는 약, 궁금해요

비만은 그 자체도 질병이지만, 여러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기에 적정 체중 유지는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살을 빼기 위해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건강하고 요요 없는 체중감량을 하려면 근육량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비만 치료제 개발은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 있다. 기존 치료제는 주로 식욕 억제나 지방 흡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했으며, 식욕 억제제인 시부트라민(Sibutramine, 상표명 리덕틸Ⓡ)은 심혈관 부작용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로카세린(Lorcaserin, 상표명 벨빅Ⓡ)은 암 발생 위험 증가로 인해 FDA가 허가를 철회했다. 이러한 사례는 비만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체중감량에 사용되는 약물들

현재 체중감량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중 하나는 지방 흡수 차단제인 오르리스타트(Orlistat, 상표명 제니칼Ⓡ)이다. 이 약물은 장에서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의 작용을 억제해 섭취한 지방이 소화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출되도록 하여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름진 변, 복통, 설사 등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고지방 식사를 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최근에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odium-glucose cotransporter-2, SGLT2) 억제제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 GLP-1) 수용체 작용제 같은 당뇨치료제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차단해 혈당을 낮추고, 체중감소와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요로감염과 생식기 감염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크레틴은 장(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음식물이 소화돼 장관에서 영양분이 흡수되는 동안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 인크레틴에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위억제폴리펩티드(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GIP)가 포함된다. 최근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은 당뇨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여 포만감을 높이고 체중감량을 돕는 약물이다. 일론 머스크의 체중감량 비결로 알려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주사로 사용되며, 평균적으로 15% 이상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지만,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 경미한 부작용 외에도 급성 췌장염이나 저혈당 등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또한 GLP-1과 GIP를 모두 활성화하는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상표명 마운자로Ⓡ)는 최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체중 관리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다.

약에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체중감량

비만은 단순한 칼로리 섭취 문제를 넘어 대사, 호르몬,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다. 많은 환자가 주사제 형태의 치료제나 복잡한 복용 일정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초기 체중감량에 성공하더라도 감량된 체중 유지에 실패해 요요를 겪기도 한다. 특히 적절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이 병행되지 않은 무리한 다이어트는 체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지며, 요요 현상으로 체중이 다시 증가할 때는 주로 체지방이 쌓이게 만든다. 이로 인해 근감소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골다공증과 낙상 위험을 높여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요요 현상은 당뇨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체중이 정상인 사람이라도 요요 현상이 반복되면 간 지방이 증가하고 근육량이 줄어들어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요요 현상은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체중 조절 실패로 인한 압박감과 자책감이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는 비만 치료제에 의존해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근육량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인크레틴 기반약제를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학회는 2024년 10월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치료제 및 비만 치료제’ 성명서를 발표해, 이들 약제는 단순 체중감소 또는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고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과 평가를 거쳐 처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중감량은 장기적인 건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과정이다. 약물 사용만으로는 건강 체중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청년층에서 이러한 약물이 다이어트 비법으로 인식되는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을 막아 요요 현상을 유발하고, 근육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