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세상이다. 심지어 두 얼굴의 정해인. 안방극장에선 누구보다 달콤한 멜로 눈빛으로 여심을 자극하고, 스크린에선 화려한 액션과 날선 눈빛의 빌런으로 변신했다. ‘톱스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정해인은 유튜브에서도 소탈한 매력을 보이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글 남혜연 사진 CJ ENM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배우는 바로 영화 <베테랑 2>의 정해인이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부드러운 꽃미소를 보였던 그가 빌런이라니. 캐스팅 당시만 해도 ‘정해인이 악역이라고?’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최근 성난 근육을 드러낸 뒷모습을 보니 ‘액션배우 정해인’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베테랑 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2015년 개봉한 <베테랑 1>에서 배우 유아인이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최고의 악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면, <베테랑 2>에선 정해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정해인은 선한 미소로 상대방을 무장 해제하더니 강렬한 액션으로 데뷔 이후 첫 악역에 성공, 연기 변신에 합격점을 받았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니 설레기도 하고 심판대에 올라간다는 생각에 무척 긴장됩니다. 평가는 관객분들이 보고 해주시는 것이라 생각해요. 실망하지 않게 해드릴 자신감은 있습니다. 박선우를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어요. 1편과 2편의 이야기가 다르고 전개 방식도 다르고 빌런의 성향도 아예 다르기 때문에 촬영장에 와서 분장하고 옷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서면 순간에 몰입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불쾌감을 주는 존재를 연기
9년 만의 개봉도 화제였지만, 1편의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와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가 비교될 수밖에 없어 더욱 관심을 끈다. 이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고, 촬영 전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해 평소 류승완 감독과 친한 배우 조인성이 정해인을 만나 <베테랑 2>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고. 정해인은, 조태오가 절대적인 악이자 불같은 성질의 빌런이라면, 박선우는 악이기도 하지만 규정하기 어려운 혼란 그 자체라고 말한다. 굳이 설명하자면 차가운 파란색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석우(정만식 분)와 함께 비춰지는 장면에서 전석우는 빨간 조명, 박선우는 파란 조명을 받는데 이 부분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류승완 감독님이 박선우는 존재만으로 약간 불쾌함을 줬으면 한다고 주문하셨어요. 불쾌한 에너지를 함께 있는 배우들에게 내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를 보고 있는 감독님에게 발산하라는 것이었죠. 배우들에게 티가 안 나게 감독님과 저만 아는 수신호가 있었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자체가 어두운 것이었어요.”
멜로 주인공과 빌런으로 맹활약
정해인은 <베테랑 2>에 처음 등장하지만 9년 전 출연한 배우들이 이번에도 대부분 등장한다. <베테랑 1>을 재미있게 봤다는 정해인은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한다. 여기에 연기 변신은 덤이었던 터라 <베테랑 2>에 대한 정해인의 속내가 궁금했다.
“대본 리딩 때부터 신기했어요. 극장에서 본 <베테랑 1>에 등장한 선배들이 그대로 있었고 실제로 합을 맞추는 자체가 그랬죠. 혼자 집에서 대본 보며 연습할 땐 막연했는데 이제야 좀 실감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첫 촬영 끝나고 황정민 선배가 잘했으니까 국밥집에서 소주나 한잔하자고 말씀하셨어요. 늦은 시간이었는데 같이 소주를 마셨습니다. 선배님이 술을 잘 안 드실 때인데 저를 배려해서 제안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추석 연휴에도 무대인사로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한 정해인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tvN 드라마 <엄마친구 아들>로 주특기(?)인 멜로도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소꿉친구 배석류(정소민 분)를 만나면 코흘리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건축가 최승효 역을 맡은 정해인은 이 드라마에서 청춘들의 성장기이자 첫사랑 이야기를 누구보다 애틋하고 귀엽게 풀어냈다.
“오랜만에 웃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웃고 TV에서 웃고 있는 제 모습을 보는 게 반갑습니다. 현장에서도 배우들과 역대급으로 케미가 좋았어요. <엄친아>에 출연한 동네 식구들 모두 <베테랑 2> VIP 시사회에 와주셨고요. 팬분들 입장에선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제 모습을 즐길 수 있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팬이 아닌 일반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고 ‘정해인에게 관심이 가네. 다른 작품도 찾아볼까’라는 마음이 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