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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진단과 인지가 치료의 시작
고혈압

대한고혈압학회는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28%(30세 이상 성인의 33%), 약 1,230만 명을 고혈압 인구로 추정한다. 고혈압은 협심증이나 뇌혈관질환 발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안서희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진단과 인지가 치료의 시작
고혈압

대한고혈압학회는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28%(30세 이상 성인의 33%), 약 1,230만 명을 고혈압 인구로 추정한다. 고혈압은 협심증이나 뇌혈관질환 발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안서희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고혈압 진단

5분 이상 안정된 상태에서 측정한 혈압이 120/80mmHg 미만이면 정상 혈압이라고 하고,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또 고혈압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120/80mmHg보다 높은 경우를 고혈압 전 단계라고 한다. 고혈압은 한두 번 높은 수치로 진단하지 않고 표준적인 방법으로 가정과 진료실에서 시간을 두고 측정해 고혈압 발생 여부를 확인한다. 간혹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하려고 하면 긴장돼서 맥이 빨라지기도 하고 가정에서 측정한 수치보다 높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백의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이라고 한다. 긴장한 상태에서 혈압과 맥박이 모두 올라갈 수 있으므로 백의고혈압이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가정용 자동 혈압계로 일주일간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에서 측정할 때는 진료실 고혈압 기준보다 낮은 135/85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 혈압에 영향을 주는 변수인 흡연, 음주, 커피 섭취, 운동 등과 통증이나 열이 날 때도 혈압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혈압측정 결과를 해석할 때 참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낮에 혈압이 높고, 밤에는 혈압이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변동이 매우 심할 때는 24시간 혈압계를 부착해 15~30분마다 측정하고 자동 저장된 혈압을 기준으로 치료를 결정하기도 한다.

고위험 고혈압 환자 치료 지침 강화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고혈압 치료 지침을 강화했다.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와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 고혈압 ’ 환자 의 경우 치료 시 목표 혈압을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을 기준으로 했다. 고위험 고혈압 환자는 고지혈증, 흡연, 연령(남자 45세, 여자 55세 이상), 심혈관질환 가족력, 비만, 당뇨병 전 단계 등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인자가 3개 이상인 경우, 또는 심혈관계질환 위험인자 1개 이상인 당뇨병 환자다. 이 외에도 소변에 단백뇨가 동반된 만성콩팥병이나 작은 뇌혈관이 막히는 열공성 뇌경색이 동반된 고혈압도 치료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강화했다.

증상 없이 다가오는 질병

흔히 뒷목이 뻣뻣하다 당긴다든지 두통이 심한 경우 고혈압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고혈압의 특이 증상은 없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혈압이 매우 높은 경우 아침에 일어날 때 뒤통수 부위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어지러움, 두근거림, 피로감 등 비특이적 증상이 있을 수 있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시력이 저하되고 심장 기능 저하로 호흡곤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적절히 치료해야 하므로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지 말고, 건강검진을 하거나 진료를 볼 때 매번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으면 동맥 혈관에 죽상경화증이 생기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혈관에 형태적인 변화가 생겨 소동맥이나 세동맥이 두꺼워지면서 혈관 직경이 작아지고, 미세혈관의 수도 줄어든다. 큰 동맥은 죽상경화증에 의해 늘어지고 구부러지는 형태적 변화를 보인다. 동맥의 내강은 커지고 동맥벽이 두꺼워지며, 동맥 강직도가 증가하고 결국 고혈압에 의한 표적 장기손상이 생길 수 있다. 심장은 비대해지고 관상동맥 혈류 예비능이 감소해 심장근육허혈이 생기며 결국 고혈압에 의한 심부전에 이르게 된다. 뇌에는 열공 경색이나 미세 출혈이 생기며 혈관 협착이 동반되어 뇌졸중이 발생한다. 콩팥 혈관과 실질이 손상돼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지고 단백뇨가 나온다. 망막 변화도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 중 하나다.

고혈압약의 올바른 복용법

고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약물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으로 진단되었는데도 꼭 약을 먹어야 하는지 묻는 경우도 많다. 최근 젊은 나이인데도 비만이나 운동량 부족,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식생활로 고혈압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늘었다. 또 의사들이 젊은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권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혈압의 치료 목표는 혈압을 조절하여 혈압상승에 의한 심장·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므로, 젊은 환자가 오랜 시간 높은 혈압에 의해 혈관이 손상된다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혈관 합병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면 먼저 혈압이 얼마나 높은지, 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당뇨, 흡연,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동반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위험성이 낮은 고혈압의 경우 생활요법을 우선 권고할 수 있지만, 실제론 생활습관이 잘 바뀌지 않아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물 치료로 혈압을 10~20mmHg 정도만 낮추어도 뇌졸중 발생 위험성은 30%, 심혈관질환은 20%가량 낮출 수 있다. 실제 진료실에서 보면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가 열심히 운동하고 식습관을 교정해 혈압약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도 있으므로, 거부감 없이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약제는 환자 개인의 특성과 동반 질환에 맞춰 처방된다. 주기적으로 외래를 방문하여 목표 혈압인 140/90mmHg 미만인지 확인하고, 혈압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확인하면서 용량과 용법을 조절한다. 약물을 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하루 한 번 복용하도록 처방하지만 혈압이 매우 높거나 변동이 심하면 2회 이상 나누어 복용하기도 한다. 간혹 감기약이나 관절약을 복용하면서 혈압약을 빼는 경우가 있는데 혈압약은 매일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생활습관 관리로 치료

고혈압 전 단계에서 고혈압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고, 고혈압으로 진단받아 약물 치료 중이라도 생활요법으로 혈압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식사습관, 운동, 금연, 절주 등 비약물 치료 또는 생활요법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에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중요할 뿐 아니라, 주의 혈압 및 고혈압 전 단계인 사람에게도 고혈압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올바른 생활습관은 혈압약 한 개를 뺄 수 있는 정도의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 약물 치료 중인 고혈압 환자도 생활요법을 병행하면 복용약의 용량과 개수를 줄이고, 약의 효과를 최대화해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소금은 하루 6g 이하로 섭취하고 체중을 체질량지수 25kg/㎡까지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루 2잔 이하의 절주와 금연은 매우 중요하다. 또 하루 30~50분, 주 5일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압 강하에 도움이 된다.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습관과 더불어 칼로리와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생선류, 견과류, 유제품 섭취를 늘려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