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 5060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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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시간이 참 느리게 흐른다고 불평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시간이 평소보다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다가도 어떤 때는 지루할 만큼 시간이 더디다고 안달한다. 특히 연령을 기준으로 하면 나이 들어갈수록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말을 더 자주 한다. 왜 그럴까?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장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심리적·생리적·신경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들은 우리가 날마다 경험하는 시간 감각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나이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해준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비율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1년이 인생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크기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5세 어린이에게는 1년이 그의 인생의 20%에 해당하는 반면, 50세 중년에게는 그 비율이 2%로 줄어든다. 이렇게 개인의 연령과 그에 따른 시간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질수록 같은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낀다는 것이다. 즉,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자극이 적은 일상

시간 감각의 변화를 가져오는 두 번째 이유는 경험의 다양성이다. 특히 어린 시절은 새로운 경험과 학습으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험할 때 우리의 뇌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기억으로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경험이 많아지면 새로운 정보의 양이 줄어들고, 이는 시간의 흐름을 더욱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일상적인 루틴에서는 새로운 자극을 덜 받게 되면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듯한 인식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맨체스터대학 심리학과의 스티브 테일러 교수는 저서 《제2의 시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고, 살아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나의 의식과 관심이 나를 둘러싼 세상과 경험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른다.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축소될수록 자연히 시간의 연장 효과도 줄어들고 달력을 넘기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오래 살수록 세상은 점차 익숙한 곳이 되어가고, 인식하는 정보의 양은 매년 줄어든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간다.”

느린 반응과 사회적 변화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른 것처럼 느끼는 세 번째 이유는 생리적 변화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뇌는 점진적으로 변한다. 신경전달속도가 느려지고 뇌의 신경세포 연결이 감소하면서 정보처리 속도가 떨어진다. 다가오는 자극에 대한 반응 시간이 느려지면,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호르몬 변화도 시간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데,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면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느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사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인생의 여러 중요한 이벤트와 기념일을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사건들은 특정한 시간의 흐름을 더 기억에 남게 만든다. 그러나 일상적인 일이 지나치게 많으면 그 사이의 평범한 시간들은 기억에서 제외되기 쉬운데, 그로 인해 과거의 특정 사건들에 비해 두드러진 인식이 적어져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인식의 전환과 실천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듯 느껴지는 것은 비율이론, 경험의 다양성, 생리적 변화,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궁금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법을 배우면 나이가 들어도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간은 하루에 4만 가지 생각을 하지만 90%는 전날과 똑같은 생각을 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산다고 주장한다.

앞서 소개한 테일러 교수는 시간을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정신 또는 의식의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즉, 시간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이므로 무기력하게 끌려다니지 않아도 된다. 같은 시간이라도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실천하면 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피하려 들거나 수명을 연장하려 애쓰지 않더라도 삶의 순간순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훨씬 쉽고 건전하게 긴 인생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