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약 복용

갑상선호르몬제,
중단해도 되나요?

병원에서 처방받은 모든 약은 임의로 중단하면 안 되지만 특히 갑상선호르몬제는 복용할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료진과 상의 없이 복용을 중단하면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빠질 수 있고 알츠하이머치매의 위험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신진대사, 체온조절, 성장과 발달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이 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지 못할 때 생긴다. 피로, 무기력함, 식욕이 없는데도 체중이 증가하거나 추위에 민감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다. 목소리 변화, 손발 저림, 변비,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공복 상태로 정해진 시간에 복용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갑상선염이다. 일시적으로 기능 변화가 생기는 무통성·임신성·아급성 갑상선염일 경우는 2~3개월 정도 일시적으로 약을 복용하다가 갑상선 기능이 회복되면 중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면역체계가 갑상선을 공격해 지속적으로 기능이 저하되므로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을 제거했거나,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보충해야 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아침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다른 약이나 음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공복 상태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중 복용해도 안전한 갑상선호르몬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약 66만 명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다. 가임기 여성 중에는 갑상선호르몬제 보충이 임신에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갑상선호르몬제는 체내 호르몬과 같은 성분이라 적정량을 복용하면 부작용은 거의 없어 임신 기간에 사용해도 안전하다. 오히려 임신 중이라고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태아와 산모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유산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간혹 갑상선호르몬제를 한 달간 임의로 끊은 후 식욕부진, 극심한 피로, 우울감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경우 피검사를 해보면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좋지 않다. 왜 약을 복용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면, 최근 감염이나 몸살 등 다른 이유로 병원에서 새로운 약을 많이 처방받아서 몸에 부담이 될까 봐 잠시 갑상선호르몬제를 중단했다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오히려 갑상선호르몬제가 더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과 상의 없이 약 복용을 중단하면 심장질환, 신장질환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제를 자주 빼먹으면 알츠하이머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적정 용량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

갑상선호르몬제는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경우,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적정 용량을 매일 공복에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빼먹으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