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 토크

본 투 비 세자
엑소 수호

처음은 늘 설레지만 두려움도 동반한다. 그 결과가 달콤했다면,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함성을 들을 때만큼 짜릿하지 않았을까. 엑소의 멤버 수호가 아닌 배우 김준면으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때만큼은 ‘톱스타’가 아닌 ‘신인’의 자세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수호의 첫 사극 도전기를 들어보았다.

남혜연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수호의 첫 사극 도전작인 MBN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가 막을 내렸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탄탄대로의 삶을 살던 세자 이건이 세자빈이 될 여인을 최명윤에게 보쌈당하며 펼쳐지는 도주기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물. 첫 회 시청률 1.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점점 상승세를 타더니 5.1%로 막을 내렸다. 현역 인기 아이돌의 연기에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할 만도 하지만, 그는 한 발, 한 발 자신만의 걸음을 내디디며 첫 사극에 합격점을 받았다.

사극은 처음인 연기하는 김준면

“정말 대본을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사실 (사극을) 지금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전작인 JTBC 드라마 <힙하게>에서 좋은 평을 받은 후라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받아보는 순간 안 할 수 없었어요. 조금 더 가벼운 캐릭터와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거든요.(웃음)”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순간, 김준면의 눈빛이 반짝였다. 즐거웠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고, 함께했던 배우들의 이름이 하나둘 거론됐다. 홍예지와의 달콤한 로맨스, 김민규와의 브로맨스까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느꼈던 감정과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것을 보는 순간 알았다. 그가 얼마나 이 작품을 좋아하고 즐겼는지를.

“예지는 나이 차가 나는데도 되게 성숙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죠. 현장에서도 의젓하고 깊이 있는 친구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감정적인 폭이 굉장히 넓어서 나도 예지의 기운을 많이 받아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커요. 민규는 잘 몰랐는데 점점 친해지니까 장난기가 많은 친구더라고요. 감독님도 ‘브로맨스가 좋고 재밌다’고 하셨죠.”

<세자가 사라졌다>의 세 주연 수호, 홍예지, 김민규 중 수호가 단연 가장 선배다. 특히 홍예지는 2021년, 김민규는 2020년에 배우 활동을 시작한 신인이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수호는 “부담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동생들을 많이 데리고 다녔다. 한예종 동문 중 무명인 친구가 많아 챙겨주려 한다. 아무도 나한테 시킨 적은 없지만 내가 항상 이끌려고 하고 분위기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수호는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와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또 이번 사극을 하면서 ‘본 투 비 세자상’이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를 또 하나 얻었다.

“수호라는 이름이 너무 바른 이미지라 20대 때는 싫었죠. 군복무를 하며 김준면으로 살다 보니까 ‘엑소 수호’라는 게 제 풀네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성이 엑소인 거죠. 김준면은 일상적인 삶을 살 때 쓰고 연예 활동을 할 땐 엑소 수호로 하죠. 개인 활동을 하고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엑소 수호라고 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요? 양파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까면 깔수록 더 새로운 면모가 나오는, 하얗고 달고 진국 같은 느낌? 다양한 모습을 지닌 배우이자 가수가 되고 싶어요.”

엑소의 수호
“다른 멤버들도 많이 당황했고 놀랐죠…”

드라마를 잘 끝내고 인터뷰를 할 시기에 생각지 못한 일이 수호에게 일어났다. 엑소의 멤버 백현, 첸, 시우민(이하 첸백시)이 SM을 상대로 정산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전속계약의 불공정성에 대하여 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 앞서 SM의 ‘눈속임 합의’ 고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지 5일 만이다. 더불어 수호는 막 드라마를 끝내고 이에 대한 인터뷰를 할 시기라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처음 중국인 멤버가 나간다고 했을 때 우연치 않게 내가 혼자 수상 소감을 하게 되는 상황도 있었어요. 2014년 엑소 전 멤버 크리스 탈퇴 직후 홀로 음악방송 1위 트로피를 받았던 일이요. 리더로서의 책임감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왜 하필 이런 상황’이라는 아쉬움은 없어요. 제가 엑소 수호이기 때문에 드라마도 하는 거고, 솔로 앨범도 내고 다른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엑소 이슈 속에서 내가 충분히 언론이나 대중 앞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해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연예계 활동이 수호를 아니, 김준면을 더욱 성장하게 했을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의 일에 더 집중하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수호는 “세훈과 카이가 내년에 전역을 앞두고 있다. 겨울 앨범도 이미 준비 중이고 내년 활동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차질 없이 팬분들한테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일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다시 엑소의 역동적인 모습을 빠른 시일 안에 볼 수 있기를 고대하는 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무대 위의 수호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