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실제 나를 어디까지 투영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배우 유태오는 누구보다 연기에 진심이다. 매 작품에 자신의 감성을 그대로 녹여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연기 하나만을 위해 성실하게 달려온 배우 유태오를 만났다.
글 남혜연 사진 CJ ENM
유태오의 최근 주연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 후, 외신 및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 극찬을 받으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쉽게 수상의 영예는 안지 못했지만, 전 세계 영화제 77관왕, 21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배우 유태오의 이름이 전 세계 곳곳에서 거론됐고,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배우로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자신과 닮은 영화 속 주인공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
유태오는 먼저 뜨거운 해외 반응에 “작품을 할 때 결과주의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영화를 만든 지 2년 반이 넘었다. 어떻게 하면 진솔한 표현을 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지 고민했다. 마지막 장면에 느낀 여운과 동양적인 철학, 그리고 ‘인연’을 해외에서도 이해하게 만든 것에 감동과 자부심이 있다. 영화제나 평론가 반응은 마케팅 요소로 활용될 수 있으니 제작사와 배급사가 좋아하겠지만, 이에 대한 무게감이나 부담감은 없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영화는 특히 ‘인연’을 강조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작품 속에서 유태오 역시 성장했고 깨달은 바가 컸다. 유태오는 셀린 송 감독처럼 타지에서 오래 살았다. 독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유태오는 미국에서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또 미국에서 11살 연상의 한국인 아티스트 니키리를 만나 결혼하고 그 이후 한국에 자리를 잡았다. 독일에서 성장기를 보냈지만, 늘 마음속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던 그는 이번 작품이 자신과 꼭 닮아 있어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작품과의 연관성은 또 있다. 지난 15년간 무명 배우 시절을 보내며 쌓인 것들이 극 중 해성 안에서 공통점으로 찾을 수 있는 요소라고 했다. 무언가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이 맺힌 감수성, 그럼에도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 아픔 그런 면들이 같이 녹아들어가는 지점이 있었기에 연기에 도움이 됐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유태오 하면 또 하나 연관되는 단어가 ‘사랑꾼’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연의 의미를 강조하는 가운데 아내 니키리를 ‘천생연분’이라고 언급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제가 연기자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을 때 ‘사회적으로 인정 못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35살 이후의 내 인생이 안 보였어요. 저도 제 인생이 흐릿하던 상황이었는데 니키가 제 인생을 구원해준 거죠. 니키는 이 사회에 더 굳건하게 서 있고, 저는 붕 떠 있는 존재였거든요.(웃음)”
다국적 언어를 소화할 수 있기에 배우 유태오의 가능성은 꽤 넓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후회 없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유태오. 그는 마지막으로 ‘배우 유태오’의 미래 계획과 꿈도 밝혔다. 여기에는 역시나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앞으로 5년 동안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제 인지도를 높이고, 그다음에는 프로듀서로서 작품을 개발하면서 시나리오작가를 고용하고 싶어요. 배우 마동석과 톰 크루즈가 제 롤모델이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나갈지 알고 싶거든요. 60~70세 때는 연기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경험해온 모든 것을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영어로 한국 배우들에게 가르치고 싶어요. 그렇게 세계적인 배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이전에 제가 국내와 외국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게 먼저죠. 지금은 그 길을 만드는 과정같아요.”
유태오의 건강 TIP
설탕과 소금을 끊고
닭가슴살과 현미밥을 먹었어요
유태오가 25kg을 감량한 식단을 공개했다. 평소 조깅으로 아침을 시작하지만, 먹는 것을 좋아해 식단조절이 필요했다고. 최대 살이 많이 쪘을 때 100kg까지 몸무게가 올라간 적도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 또 화면에 더 자연스럽게 나오기 위해서 감량이 필요했다. “배역을 위해 살을 찌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적당한 몸무게 유지는 내 몸을 위해 필요하죠. 살을 빼고 처음으로 내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들었습니다. 운동을 많이 하고 설탕과 소금을 끊고 닭가슴살과 현미밥을 먹은 것이 건강하게 감량하는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