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인간 사이다
신혜선

꽉 막히고 답답한 순간, 그녀가 나타나면 가슴이 뻥 뚫린다. 특유의 밝고 유쾌한 ‘돌직구’ 캐릭터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준 신혜선이 이번엔 ‘여자 마동석’ 같은 액션 히어로로 관객들을 찾았다.

정유진 사진 마인드마크

장신의 여배우, 액션에 도전하다

신혜선이 주연을 맡은 영화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장르는 무려 액션이다.

네이버 웹툰 평점 9.8점의 인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신혜선이 연기한 소시민은 한때 복싱 유망주였으나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좌절을 맛본 뒤 오로지 정교사 채용만을 위해 달리는 인물이다. 학교에서는 선배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해맑은 기간제 교사이나, 학교 밖에서는 가면을 쓴 채 ‘학교폭력’에 ‘교권침해’를 일삼는 불량 학생 한수강(이준영 분)을 주먹으로 훈육하는 이중적인 히어로이기도 하다.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연기를 준비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액션이었다. 170cm가 넘는 큰 키를 자랑하는 신혜선은 신체적으로 액션 연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액션도 보이는 거니까 팔다리가 길면 시원시원하게 예쁜 몸 선이 나온대요. 그런데 저는 팔다리가 긴 건 둘째 치고 코어에 힘이 없어요. 액션을 하면 선이 예쁘게 나오겠다 싶어 잘 살리려고 훈련을 했는데 코어에 힘이 없어 그런지 긴 팔다리가 흐물흐물했어요, 탄력 없이. 그게 참 어려운 점이었죠.”

엄살에도 불구하고 신혜선은 영화 속에서 기대 이상의 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한수강을 두드려 패는(?) 소시민의 활약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다.

“악인을 때릴 때 기분이요? 좋죠.(웃음) 재밌었어요. 수강이를 팬다, 때린다기보다는 뭐라고 표현해야할까요? 멋들어진 단어가 있는데….생각났다! 훈육의 느낌이었죠. 어떻게 보면 1차원적이고 명료한 우리 영화의 내용이 전 마음에 들었어요. 딱 하고 싶었던 거였죠. 완벽한 권선징악은 아니지만 보시는 분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것이요.”

아빠 친구의 조카 이준영과 남다른 인연

올 한 해 교권 침해 이슈가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교사들을 고통의 늪으로 몰고 간 갑질 학부모와 학생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용감한 시민>은 시기적절하게도 이 같은 현실의 부조리를 조명하고 해소하는 내용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애초 교권 침해에 주안점을 두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어요. 설정상 소시민이 선생님이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줄 뿐이죠. 내게 선을 넘고 있는 사람들과 그 앞에서 용감하지 못했던 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자기를 숨기고 살 수밖에 없는 시대잖아요. 대리만족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화에서 말보다 주먹과 발차기를 더 많이 주고받았던 배우 이준영과는 사적으로 독특한 인연이 있다. 이준영의 외삼촌과 신혜선의 아버지가 오랜 친구 사이인 것.

“아빠가 어느 날 아빠 친구의 조카가 연예인이라고 하셨어요. 그때 듣고 ‘누구지? 그런 사람이 있구나.’ 했었죠. 그런데 얼마 있다 그 친구가 영화를 찍는대요. 그래서 ‘그렇구나. 무슨 영화 찍을까?’ 했죠. 그리고 또 얼마 있다가 ‘걔가 (이)준영이라더라. 너랑 영화 한다더라’ 하시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준영이한테 물었더니 준영이도 그런 얘기를 들었대요. VIP 시사회 때 준영이 가족과 저희 가족이 다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그 뒤로 더 친해진 느낌이에요.”

극 중 연민 가는 부분이 전혀 없는 악인 한수강을 연기한 이준영은 실제로는 신혜선보다 여덟 살이 어리다. 신혜선은 이준영이 나이는 어려도 자신보다 더 성숙해 의지가 됐다고 했다.

주당 소문은 오해, ‘돌아이’ 역할 해보고파

여러 작품에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신혜선이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소탈한 매력이 넘친다. 드라마 <철인왕후>나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이 같은 실제 성격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솔직함 때문이었을까.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린 시절 술자리 에피소드를 얘기한 뒤 신혜선은 연예계의 대표적인 주당 배우 중 한명처럼 여겨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혜선의 주량이 엄청나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고 술집 아르바이트생들이 기피하는 연예인(?)이라는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혜선은 이같은 소문이 오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술을 마시는 건 모임이 있을 때, 회식에서예요. 사람들과 모여서 자주 술을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회식 때는 날을 잡고 많이 마시긴 하죠. 그렇지만 알코올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혼자서는 맥주 한 병도 마시지 않아요.”

올해 신혜선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드라마 <비밀의 숲>(2017)에서 영은수 검사 역으로 주목을 끈 뒤 6년간 여러 작품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톱스타의 길을 달려왔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짧지는 않았으나, 아직까지는 해온 것보다 해보고 싶은 게 더 많다.

“일하고 있는 제 얼굴을 많이 볼 수 있는 한 해였어요. 반성도 많이 한 것 같고요. 작품을 통해 저 자신을 더 자주 보게 되니까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져요. 공포물도 해보고 싶고, ‘돌아이’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서사가 없는 악역도요. 저한테 없던 느낌의 역할을 해서 ‘내가 이런 느낌도 낼 수 있네’ 하는 걸 계속 느끼고 연구하고 싶어요.”

신혜선의 건강 비결

스트레스 관리가 건강 유지 비결!

배우 신혜선은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드라마나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 끝나면 바로 그 역할에서 빠져나온다고 했다. 털어낼 감정은 얼른 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끔하게 감정을 정리하고 리셋할 수 있다면 마음에서 생기는 문제는 많이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