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정세의 안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톱스타도 있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중년 남자도 있고 악귀를 쫓는 민속학자도 있다. 매 작품마다 다른 사람을 창조해내는 그는 그야말로 ‘팔색조’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다.
글 정유진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김지운 감독의 캐스팅?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김지운 감독님이 저를 호세 역할로 선택한 이유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자리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빵 터뜨리고 말았다. 호세는 지난 추석 연휴 시즌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에서 오정세가 연기한 배역의 이름이다. 70년대 영화 현장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에서 오정세는 당대의 톱 영화배우이자 바람둥이인 강호세 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회사로 책이 들어왔는데 ‘어, 김지운 감독님이다’ 했어요. 신나서 감독님의 사무실을 찾아갔죠. 초창기 때부터 감독님을 좋아했거든요. 사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때도 감독님께 노크를 했었는데 캐스팅이 안 됐었어요. 송강호 선배는 <우아한 세계> 때 잠깐 뵀지만 <하울링> 때 오디션에서 떨어져서 또 못 뵀고요. 두 분을 <거미집>으로 다시 뵙기까지 저만의 여정이 있었어요.(웃음)”
배우 오정세가 관객들에게 각인된 첫 작품은 아마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일 것이다. 독특한 분위기의 이 로맨스 영화에서 아직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오정세는 한류 톱스타 이승재를 연기한 바 있다. 약 10여년 만에,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톱스타 역할로 되돌아온 셈이다.
정수정(크리스탈)과의 러브라인,
일단 사과의 말씀을…
<거미집>에서 강호세는 아내가 있으면서도 신인 여배우인 한유림(정수정 분)과 바람을 피우는 바람둥이 스타 배우다. 딴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유부남이라는 설정은 어쩐지 KBS 2TV 인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그가 연기했던 노규태 캐릭터를 떠올리게도 한다.
“<동백꽃 필 무렵>의 규태는 외로움으로 꽉 찬 인물이었어요. 향미한테 감정적으로 좋아서 간 게 아니라 외로워서 간 거거든요. 기본적으로 사랑이 아닌 외로움에서 출발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호세는 사랑이 많아서 바람둥이가 됐어요. 보시는 분들은 결이 같다 느끼실 수 있지만 저는 분명 다른 지점에서 접근했었죠.”
일상과는 다른 지점을 경험할 수 있는 바람둥이 연기가 재밌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정세는 “불편함이 더 있다”고 대답했다. 연기를 위해 고민할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앞서 연극 <라이어>에서 바람둥이 연기를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의 정서는 신나는 것보다 불편함이 더 커요. 연극 <라이어>를 할 때, 그 연극을 초연한 연출분이 그런 얘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원작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아픔으로 시작한다고요. <거미집> 호세도 그런 톤으로 접근했어요. 그런 경험덕에 쉽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오정세의 상대역은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정수정(크리스탈)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정수정과 러브라인을 형성할 뿐 아니라 극 중 극인 흑백영화 <거미집>을 위해 ‘베드신’을 촬영하기도 했다. 더불어 ‘공사’라 불리는 ‘베드신’용 분장을 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오정세는 “일단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떼 웃음을 줬다.
“시사회 때 영화를 같이 보고 있었는데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육성으로 ‘어우, 뭐야’ 하시는 걸 들었어요. 앞에 가서 죄송하다고 하고 싶더라고요. 사실 한유림과 강호세는 러브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베드신’도 감정이 들어간 ‘베드신’이 아닌 기능적인 신이었고, 강호세만의 러브라인이죠. 목적지 없는 곳으로 가는 사람의 감정이랄까요.”
“주연에 부담?
그보단 인물에 충실하려고 노력”
오정세는 이제 어느 작품에서나 환영받는 ‘명품 배우’다. 김지운 감독과 선배 송강호, 두 사람과 함께 영화를 찍기까지 자신만의 여정이 있었다지만(?) 결국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거쳐 그 자리에 함께 섰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그의 여정이 어쩐지 맞닿는 듯했다. 당분간 <거미집>은 오정세에게 ‘인생 영화’로 남을 예정이다.
“인생 영화는 매번 바뀌지만, 지금 제 인생 영화는 많은 여정을 걸어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게 된 <거미집>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있었고, 영화에 대한 낭만이 묻어나는 작품이고 현장이었어요.”
위치나 상황이 달라진 만큼, 배우 오정세가 져야 할 무게는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오정세는 애써 그런 부담감에 대해 고민하거나 떨쳐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연이라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 있지만 이것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으려고요. 오로지 저는 인물, 작품, 제가 해야 할 것에만 충실하려 하고 있어요.”
오로지 하나, 그가 지키려는 초심은 이런 것이다.
“그냥 즐겨야지 하는 생각이에요. ‘즐겁게 해야지.’ 제게 연기라는 건 좋아하고 즐기려고 시작한 일이라 그렇게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해요.”
<건강소식> 독자에게 한마디
근력을 기르려고 노력해요
배우 오정세는 2022년 한 인터뷰에서 2023년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건강을 꼽았다. 그래서 웨이트와 필라테스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근력을 기르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으며, 배우로 더 오래 남기 위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싶다고. 웨이트와 필라테스를 병행할 경우 큰 근육부터 작은 미세근육과 코어 힘을 기를 수 있어 탄탄한 몸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