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쉽게 마주치는 가게가 있다. 바로 포토 부스다. 주말에는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큰 인기다. 이는 자신의 모습이나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익숙하고 진심인 ‘포토프레스 세대’ 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글 편집실
포토프레스란 Photo(사진)와 Express(표현하다)를 결합한 신조어로, 포토프레스 세대란 사진으로 자신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특성을 가진 세대를 뜻한다. Z세대에게 사진은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는 것 이상이다. 이들은 사진을 자신을 표현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도 좋지만 Z세대는 좀 더 아날로그적인 것을 선호한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필름카메라나 딱 한 장만 인화되는 폴라로이드카메라, 단종돼 구하기 어려운 디지털카메라 등의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이 밖에도 증명사진, 네컷사진, 바디프로필 등 다양한 형식의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나에게 딱 맞는 맞춤형 증명사진
흰색 혹은 파란색 단색 배경에 어색한 표정, 정장 차림 등 흔히 증명사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최근에는 이런 천편일률적인 증명사진이 아니라 나에게 딱 맞는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유행이다. 웜톤이나 쿨톤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을 찾는 미용 이론인 ‘퍼스널컬러’를 기반으로 피부톤을 나눈 것인데, 바로 이 퍼스널컬러를 활용해 나만의 맞춤형 증명사진을 촬영한다.
컬러 증명사진을 최초로 시작한 브랜드 ‘시현하다’는 촬영 전 상담부터 촬영 후 보정까지 전 과정을 고객과 함께한다.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배경색을 고르고, 보통 증명사진보다 더 캐주얼하면서 어울리는 복장을 선정해 매력을 극대화한다.
오늘 우리의 추억을 담은 네컷사진
Z세대는 친구와 만나면 마무리로 꼭 네컷사진을 찍는다. 즉석에서 인화되어 그 순간을 추억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인기의 원조격인 인생네컷부터 포토이즘, 하루필름 등 다양한 네컷사진관이 등장했다.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네컷브랜드들의 프레임 마케팅도 치열하다. 최고심 같은 유명 일러스트나 NCT, 스테이씨, 더보이즈 등 유명 아이돌, 인플루언서, 축구 국가대표팀 등 다양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기업들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때 포토부스를 빼먹지 않는다. 그 장소에서만 촬영할 수 있는 한정 프레임을 선보이면 그 자체로 흥행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인생사진’ 남기기가 목표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소셜미디어에도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같은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바쁜 일상에도 운동을 챙기는 삶이 ‘갓생’으로 떠올랐다. 운동이 일상이 되자 자연스레 운동으로 건강해진 몸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하는 사람도 늘었다. 두세 달 정도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며 몸을 가꾸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아 소위 말하는 ‘인생사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 트레이닝 비용에 헤어와 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비용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건강하게 가꾼 자신의 몸을 기록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 중이다.
인생사진을 건지기 위해 모델이나 배우, 강사처럼 특정 직군에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촬영하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Z세대가 많아졌다.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와 콘셉트를 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 화보 촬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연예인 지망생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었다. 촬영 스튜디오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일상, 레트로, 아이돌 등의 다양한 콘셉트와 헤어, 메이크업을 포함한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콘셉트마다 각각의 의상과 소품, 세트장이 준비되어 연예인들 화보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뽑아내는 만큼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촬영이 어려울 정도다. 포토프레스 세대의 취향저격 콘셉트 촬영은 꾸준히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