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배우, 개념 배우 정우성이 이번엔 감독으로서 관객들의 마음 문을 두드렸다.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 <보호자>를 선보인 그는 꿈을 이뤄 시원하다며 ‘정우성다움’을 찾아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과정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글 정유진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연출 도전? 고민 1도 안 했어요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단편 영화 <4랑>과 <킬러 앞에 노인> 등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였던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연출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민을 1도 안 했어요.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죠. 클리셰가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연출하는 건 큰 도전이니까. 그래도 ‘정우성다운’ 고민을 담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도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었다. 액션 영화의 이야기에서 클리셰로 여겨질 수 있는 요소들을 굳이 피하지 않고 수용하되,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움을 구현해보고자 했다.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는 ‘레퍼런스’로 소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 감정에 충실하자 싶었어요. 보통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스태프들과 소통하기 위해 레퍼런스를 수집하거든요. 그걸 짜깁기해서 공유하고 ‘이 신은 이렇게 찍을 거야’ 하는 작업 방식이죠. 제가 감독으로서 연출부에 처음 내린 지시는 ‘레퍼런스를 모으지 말라’였어요. 이 영화에 필요한 영상과 이미지는 우리 대본 안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찾으면 그것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요.”
<보호자>는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 해외영화제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었고, ‘정우성다운 영화’라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촬영 중 부친상, 장례만 치르고 복귀
<보호자>에서 정우성은 감독뿐 아니라 주연 배우로서도 책임을 지고 영화를 이끈다. 극 내부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사람이면서, 극 밖에서 모두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 두 가지를 다 해내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정우성은 배우이면서 연출자인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극 중 등장하는) 플래시 액션 같은 경우는 수혁(정우성의 배역)의 전사가 너무 없는 거 같다는 느낌? 미련 같은 게 있어서 추가 촬영을 했어요. 6시간이 채 안 걸리더라구요. 제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로 진행하니까 속도가 빠르더군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보호자> 촬영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부친상을 당한 것이다.
“부산 촬영 때였는데 (부고를 듣고 서울에서) 그저 상만 치르고 다시 부산에 복귀해 촬영을 이어갔어요. 심적으로 내가 이래도 되나 싶어요. 하지만 적은 예산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예산 속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라 하루 이틀을 미루는 것조차 영화에 누가 되니 어쩔 수 없었어요.”
‘경영자들’ 출연, 개그맨들 존경해
영화 <보호자> 개봉을 앞두고 정우성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와 유튜브 채널 ‘경영자들’에 출연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인기 절정의 영화배우로,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코미디 도전’은 의외의 선택지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진지함도 중요한데 웃음도 중요해요. 즐기지 않으면 일이 일로만 느껴져 지속할 수 없겠죠. 가까이서 일하는 동료들은 저의 실없음, 끊임없이 반복하는 농담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웃음) 영화 홍보를 핑계로 또 다른 모습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생각했어요. 제가 즐거워서 즐기는 게 물론 가장 크고요.”
의외의 선택은 코미디 프로그램뿐만이 아니었다. 정우성은 최근 몇몇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해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준 바 있다. 박성광 감독의 <웅남이>나 이한 감독의 <달짝지근해: 7510> 등이 해당 영화들이다.
“전적으로 출연하는 작품은 사적인 관계성을 다 배제하고 선택하는데 이상하게 특별 출연 제안은 사적 감정으로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얼마나 부탁했을까 싶어 고심한 끝에 덜컥덜컥 겁 없이 해버리죠. 하지만 잠깐 출연해도 민폐가 되면 안 되잖아요. 놀다가 가는 걸로 끝나면 안 되니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인간 정우성의 사려 깊은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배우도 한 명의 인간일 뿐. <보호자> 속 수혁은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인간 정우성’보다 ‘배우 정우성’으로 세상에 더 많이 노출되는 그에게 평범한 삶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익명성이 상실된 사람의 삶은 분명히 큰 결핍이 있는 삶이에요. 그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한 인간의 직업적 특색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죠. 일상이 갖는 가치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돼요. 제게도 사소한 사랑의 감정, 사소한 질투와 분노, 이런 감정을 두고 교감하는 누군가와의 시간들이 다 가치 있어요.
<건강소식> 독자에게 한마디
건강한 식습관이 제일 중요하죠!
정우성은 건강 비결로 식습관을 꼽았다. 삼시 세끼 챙겨 먹고,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비결이란다. 과식은 피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적당히 잘 즐기면 음식 하나하나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일부러 챙겨 먹는 것이 있다면 견과류. 생각날 때마다 견과류를 먹으며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한다. 군것질과 탄산음료는 멀리하는 것도 그의 건강한 식습관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