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못 자는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잠을 자는 동안에 신체 회복, 에너지 보존, 호르몬 분비, 기억 저장 등이 이루어지므로 숙면은 인간의 신체·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잠을 잘 못 잔다면 기본적인 수면 욕구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글 안재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잠을 자는 것은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한창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수면과 관련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매일 밤 잠을 자지 않으려고 씨름을 한다든지, 잠투정을 심하게 해서 밤마다 전쟁을 치른다든지, 쭉 잠을 잘 시기가 되었음에도 밤마다 자다 깨어 소리를 지르고 울며 보채는 등 아이의 수면장애로 힘들어하는 부모를 자주 접한다. 이렇듯 아이가 잠을 잘 자지 않으면, 양육자도 잠을 설치게 돼 피로가 누적되고 체력이 고갈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아이들이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이 증가하고,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을 자는 동안 렘수면 단계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 관여하는데, 주로 오후 10시~오전 2시 사이에 분비되기 때문에 성장기의 아이들이 숙면을 하지 못하면 키 성장도 영향을 받는다.
잠을 잘 못 자면 뇌 활동도 영향을 받는다. 렘수면 단계에서 우리 뇌는 습득한 기억들을 정리해서 장기 기억 저장소로 보내 장기 기억화하고 기억의 연결망을 짠다. 즉, 숙면해야 필요한 정보를 잘 정리하고 저장해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기억력, 주의집중력 등 인지 능력도 영향을 받아 학습 능률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수면이 부족하면 뇌신경세포와 신경회로의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뇌 활동이 위축되기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잠 못 자는 아이 증가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명제임에도 잠을 잘 못 자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2022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0~9세 어린이 불면증 환자는 2021년 대비 58.1% 폭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7.4%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지난해 연간 전체 불면증 환자 평균 증가율(3.9%)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10~19세 청소년도 2022년도 상반기 7.2% 늘어 그 뒤를 이었다.
잠을 자는 것은 본능적인 욕구와 연관된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기 아이들이 잠을 잘 못 자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수면 방해 요인을 파악하고 제거한 후 규칙적인 수면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또 아이가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양육자는 아이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또 알고 있는 수면 욕구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의 잠과 관련된 문제를 다룰 때는 모든 훈육과 육아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거나 잠투정을 부릴 때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하게 해 아이가 더더욱 잠을 못 이루게 될 수 있다. 수면 훈련의 목표는 ‘아이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수면 욕구를 느낄 수 있도록 돕기’이므로, 단호하면서 부드러운 태도로 잘 시간에 잘 잘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은 공감하되 행동은 부드럽고 단호하게
성장기는 뇌 기능, 생리 조절 기능의 발달에 있어서 자기 조절 기능을 갖추어나가는 과정이므로 자기 조절의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자고 싶지 않은 마음, 불편하고 속상한 마음에 대해서는 감정에 초점을 두고 공감해주되, 단호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수면의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잠을 자는 것은 매일 이루어져야 하는 습관으로,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숙지하고 아이들이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