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

코트를 가르는 열정
테니스 전성시대

‘테니스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인기가 뜨겁다. 부담 없는 비용에 접근성도 좋아 테니스 인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수많은 운동 중 테니스에 푹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실

급성장하고 있는 테니스 시장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홈트 등의 신조어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얼마만큼 큰지 보여주는 말들이다. 운동에도 유행은 존재한다. 시작은 요가와 필라테스였다. 여성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요가와 필라테스는 대중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 뒤로 떠오른 것은 골프다. 초반에는 반짝인기를 얻는 듯했지만 고가의 장비와 필드 비용 등으로 MZ세대에게 진입 장벽이 높아 인기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최근 MZ세대를 사로잡은 운동은 바로 테니스다.

요즘 테니스 코트 예약은 ‘피켓팅(피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을 방불케 한다. 날이 갈수록 테니스 인기는 눈에 띄게 늘어 2021년 50만 명이던 테니스 인구는 지난해 60만 명으로 증가했다. 테니스 용품 관련 시장도 급성장했다. 업계는 2021년 2,500억 원이었던 테니스 시장 규모가 올해는 3,6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MZ세대 저격

코로나19를 겪으며 급격히 늘어난 야외운동 수요에 부합해 테니스 입문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골프를 즐기는 MZ세대가 증가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야외운동에 대한 수요가 골프에서 테니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장비를 갖추고 라운딩 나가는 데 필요한 골프의 제반 비용이 부담스럽게 된 것이다. 그에 비해 테니스는 처음부터 라켓을 구매할 필요 없이 연습장의 것을 사용할 수도 있다. 입문용 라켓은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의 가격이고, 코트 예약 비용도 5만 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동을 즐길 수 있으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췄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테니스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고, 예쁘고 깔끔한 디자인의 테니스 복장이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운동 효과뿐 아니라 운동하는 자신의 모습이 중요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성향을 지닌 MZ세대에게 딱 적합한 운동인 것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는 ‘#테니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00만 건을 넘었고, ‘#테니스타그램’과 ‘#테니스룩’도 각각 약 19만 건과 10만 건이 넘는 게시물을 기록했다(5월 11일 기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에 올릴 만한)’이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패션 업계도 발빠르게 나섰다. 코오롱FnC는 지난 4월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3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윌슨’, ‘바볼랏’과 함께 3대 테니스 라켓 브랜드로 꼽히는 헤드는 2009년 첫 국내 진출 이후 2020년부터 판매를 중단했다가 최근 테니스 열풍에 힘입어 재출시를 결정했다. 테니스 의류뿐 아니라 라켓 등 용품까지 함께 취급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500㎡(150평) 규모의 ‘테니스메트로’를 개장했다. 테니스 관련 주요 브랜드가 입점해 다양한 용품과 의류를 판매한다. 물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실제 테니스 코트를 설치해 체험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부족한 인프라 개선이 과제

테니스의 인기는 테니스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MBN <열정 과다 언니들의 내일은 위닝샷>은 국내 최초 테니스 예능이다. ‘한국 테니스 레전드’ 이형택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여성 연예인 테니스단을 꾸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이어나가려면 부족한 인프라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최근 들어 테니스 입문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시설적·인적 인프라가 모두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22년 전국 공공체육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 테니스장은 2019년 말 818곳(3,919면)에서 2021년 말 856곳(4,039면)으로, 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몇 년 사이 유입된 테니스 인구를 따라잡기엔 다소 부족한 수치다. 실제로 테니스 코트 예약과 관련한 편법, 갈등도 크게 늘었다. 부족한 인프라가 개선되고 꾸준한 모임과 대회로 테니스 인구의 이탈이 방지된다면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