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가면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경암동 철길마을과 말랭이마을, 근대문화유산거리까지 이색적인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좋은 계절 5월, 산과 바다까지 어우러진 군산으로 한적하게 떠나보는 건 어떨까?
글 편집실 사진 송인호, 군산시청 자료 군산시청
역사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근대문화유산거리
군산 근대문화유산거리의 중심은 4천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근대역사박물관이다. 박물관 인근에 구 군산세관 본관, 구 일본 제 18은행 군산지점, 신흥동 일본식 가옥 등이 연계되어 있다. 1908년 건립된 군산세관의 본관은 개항 초기 우리나라에 도입된 서양식 건축기법 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립 당시 건물의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 내항으로 이동하면 군산근대미술관과 장미 공연장, 갤러리가 있으며 월명동 일원에는 일본식 가옥을 그대로 살린 체험형 숙박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이 일대를 돌아보면 근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쌀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뜬다리부두
군산에 가면 독특한 부두를 볼 수 있다. 바로 바닷물의 수위에 따라 상하로 움직이는 다리와 다리에 연결된 콘크리트 함선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뜬다리부두다. 썰물 때면 콘크리트 함선이 접안시설로 이용되는 형태로 만들어진 이동형 부두로, 1899년 개항 이후 군산 내항이 물류유통의 중심지가 되면서 해상교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쌀수탈항으로 활용되는 등 군산항의 성격과 기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설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지붕 없는 미술관 말랭이마을
신흥동은 현재의 일본식 가옥 일대에 1930~1940년대 무렵부터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살면서 주거지로 자리 잡게 됐고 6·25전쟁 시 피난민이 지금의 해망동, 신흥동 등지에 터를 잡고 살게 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당시 피난민들은 바위 위에 판잣집을 다닥다닥 붙여 지었다. 세월이 흘러 이곳은 초가지붕 가득한 동네가 되었는데, 산비탈을 의미하는 전라도 방언인 ‘말랭이’에 마을이 만들어졌다고 하여 말랭이마을이라 불리게 됐다. 그 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마을이 비어가기 시작했으나 2014년 전라북도 대표관광지 육성사업으로 예술인 레지던스 9동과 전시관 8동이 조성되면서 현재는 주민과 예술가가 오순도순 함께 사는 마을로,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추억 따라 걸어보는 경암동 철길마을
군산 하면 떠오르는 경암동 철길마을은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2.5km 철로 주변의 마을을 일컫는다. 마을이 위치한 행정 구역 명칭에 따라 철로 주변에 형성된 마을을 경암동 철길마을이라 불렀다. 1944년 일제강점기 때 개설된 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동네를 이루었고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경암동 철길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에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되었다. 철길 양옆으로 들어선 가게에서는 추억을 소환하는 각종 군것질거리와 장난감 등을 팔고 있으며, 학창시절 입었던 교복도 대여해주고 있어 관광객은 골목을 누비며 사진촬영도 하며 추억여행을 할 수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
초원사진관은 1998년 1월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 장소다. 불치병을 앓는 30대 중반의 사진사 정원(한석규)이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을 만나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기억을 엮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진은 세트가 아닌 실제 사진관에서 촬영을 하고자 전국에 있는 사진관을 찾아다녔지만 영화 스토리에 딱 맞는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잠시 쉬러 들어간 카페 창밖으로 여름날의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사진관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주연 배우인 한석규가 어릴 적 살던 동네 사진관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정원의 집과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신 등 영화 촬영의 대부분은 이 초원사진관 인근에서 이루어졌다. 촬영이 끝난 뒤 초원사진관은 주인과의 약속대로 철거됐다가 이후 군산시에서 관광객을 위해 영화 속 모습으로 복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