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배정남

인터뷰 중 배정남이 가장 많이 썼던 표현은 ‘고맙다’였다.
영화 <영웅>에 자신을 캐스팅해준 윤제균 감독부터 아버지 같은 형이자
선배 배우인 이성민과 반려견 벨까지. 그는 옆에 있어준 존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고,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존재들 덕분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정유진 사진 CJ ENM

<영웅> 출연, 런웨이 처음 섰던
20년 전 그 느낌

미키마우스가 수 놓인 빨간 모자를 쓴 배정남이 영화 <영웅> 대본을 받아 들고 기쁨을 만끽했던 때를 떠올렸다. “와, 이거 마 행복했죠.”

경상도 억양이 강한, 특유의 솔직하고 경쾌한 말투가 순식간에 인터뷰 장소의 공기를 바꿔버렸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쏟아져 나올 듯 분위기가 상기됐다.

“처음엔 아무래도 ‘쌍천만’ 감독님이시니 살짝 무섭겠지 했는데 그런게 전혀 없었어요. 윤제균 감독님과는 처음부터 그냥 형님, 동생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이런 캐릭터인데 한번 보고 답 주세요’ 하기에 그냥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했어요. 그리고 얼마 뒤에 보니 제 역할이 더 커져 있었어요.”

유명 모델이자 패셔니스타인 배정남은 2012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이후 <베를린>, <마스터>, <보안관>, <오케이 마담> 등의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런 그에게 <영웅>은 터닝 포인트라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특별한 작품이다.

“책을 보는데 막 뜨거웠어요. 이런 책은 처음이었거든요. 이런 명작, 이런 캐릭터를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저에겐 기존 캐릭터가 있어 비슷한 것만 계속 들어오니까요. 제일 중요한 건 자연스럽게 선을 넘는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갑자기 진지하게 격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윤 감독님이 <영웅>을 통해 제가 선을 넘어갈 수 있게 해주셨어요.”

부모 같은 형님 이성민

배정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배우 이성민이다. <보안관>에서 만난 이성민을 두고 배정남은 방송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성민은 남다른 가정사를 겪은 배정남의 결핍을 채워준 사람이었다.

“작품 나올 때 성민 형님을 만나면 부모님 앞에서 시험 치는 느낌이에요. 평소엔 티키타카 말이 많다가 이럴 때는 서로 말을 안 해요. 다른 선배들이나 형들 앞에서는 괜찮은데 성민이 형한테는 부끄러워요. 이상하죠. 아마도 애정이 깊어서 그런가 봐요. 형은 제가 화면에 나오면 불안해서 영화를 잘 못 보겠대요. 아마 이번에도 ‘영화 어땠습니까’ 하고 물으면 ‘마 애썼다’ 한 마디 할 것 같네요.(웃음)”

배정남은 최근 이성민의 탁월한 연기로 화제가 됐던 JTBC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봤다고 했다. 이성민의 연기력에 새삼 감탄하기도 했지만, 그의 마음에 더욱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이성민이 노인 분장을 한 모습이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형님이 연기한 진양철 회장이 섬망 증상으로 침을 흘리는 신이 있어요. 예전에 <미운 우리 새끼> 촬영 때 술에 취해서 형님에게 ‘형님은 실버타운 안 보냅니다’ 하는 얘길 했었는데 노인 분장을 하고 침 흘리시는 장면을 보니 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형이 벌써 55세예요. 나중에 내가 칠십 대가 되면 형님이 구십 대가 되겠죠. 그때는 제가 모시고 싶어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반려견 투병

배정남은 지난해 반려견 벨의 급성 디스크 투병 소식을 알리며 팬들로부터 많은 안타까움을 샀다. 그는 최근에도 간간이 벨의 소식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알리고는 한다. 반려견의 투병 기간을 함께하면서 배정남은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 삶을 돌아봤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자신의 옆에 있는 이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전엔 하숙집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제집에서 살아요.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이전에는 정서적 안정감이 없었는데 벨 덕분에 책임감과 안정감이 생겼어요. 벨이 이제 열 살이에요. 그동안 제가 벨의 사랑을 받았는데 나머지 삶은 제가 줘야죠. 벨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어 감사하고 행복해요. 요즘엔 애먼 데 에너지와 시간을 쓰지 않아요. 그래 버리면 벨한테 못 해주잖아요. 우리 둘이 진짜 의지하며 살았는데…. 그 시간을 돌아보면 참 아름다워요. 감사와 고마움을 느껴요. 옛날엔 몰랐어요.”

1983년생인 배정남은 올해 마흔 살이다. 마흔 살에 그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불안했던 20대와 30대를 지나 40대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됐다.

“20대 때는 부산에서 올라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자리를 잡아야 했어요. 불안했죠. 일 하나 하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20년간 많은 일을 겪고 나니 여유가 생겼나 봐요. 이제는 길게, 오래 하는 놈이 강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영웅>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나 이제 시작할 수 있네.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마흔에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인생은 마흔부터라고 하지 않습니까.”

<건강소식> 독자에게 한마디

몸과 건강 관리는 기본이죠~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배우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배정남. 모델 출신답게 몸 관리가 철저하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뽐낸 복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 만들어낸 근육이다. 지방이 쌓일 틈이 없으니 건강 수치도 나무랄데 없이 완벽하다. 연예인인 만큼 생활이 불규칙해질 때가 있지만 최대한 식사 시간과 운동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려고 하고 또 반려견과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는 배정남. 그의 건강비결은 매일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