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염정아,
소원 성취하다
올해 염정아만큼 바쁜 배우가 또 있을까.
지난여름 영화 <외계+인>의 흑설 역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던 그는
가을에는 우리나라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극장가를
촉촉하게 적셨다.
글 정유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본격 소원 성취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그때는 이뤄질 거라 생각하고 말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꿈이었죠, 꿈. 인터뷰 때 ‘우리나라에서 만약 뮤지컬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제가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감독님과 제작사에서 그 기사를 보시고 ‘염정아한테 대본을 줘볼까?’ 하신 게 아닐까요.”
드디어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게 된 배우 염정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실제 염정아는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인터뷰 때마다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바람은 현실이 됐다. 염정아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부 세연을 연기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다. 죽음을 앞둔 아내가 남편에게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두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명 가요 14곡과 함께 펼쳐낸다.
“지금까지 영화를 네 번 봤어요. 볼 때마다 더 많은 장면에서 울게 돼요. 제일 많이 우는 장면은 아무래도 아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어제도 영화를 봤는데… 어제는 남편 진봉(류승룡 분)이 ‘애수’를 부를 때 울었어요. 볼 때마다 감정이입이 되네요.(웃음)”
이문세의 ‘조조할인’부터 시작해 ‘알 수 없는 인생’, ‘애수’, ‘솔로예찬’,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신중현의 ‘미인’ 등 영화 속 나오는 곡들 중 염정아는 무려 10곡을 소화했다. 상대역인 류승룡과 함께 부른 곡이 대부분이지만 ‘잠도 오지 않는 밤에’처럼 홀로 부른 노래도 있었다.
“젊었을 땐 노래하고 춤추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몸이 뻣뻣해지면서 춤은 끊었죠. 그래도 노래는 늘 흥얼거려요. <라라랜드>를 참 좋아해요. 워낙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제가 센 역을 많이 해 그렇지 원래 성향은 이쪽이에요.”
그러면서 염정아는 20대 시절인 1993년, 어린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서 벨 역을 맡았었던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내 인생 가장 찬란한 시기는… 지금!
‘인생은 아름다워’는 4050세대의 ‘공감’을 노린 영화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과 보편적인 부부의 사연을 담아내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염정아 역시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
“세연이와 저는 비슷한 면이 많아요. 둘 다 엄마이고 아내이니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죠.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세연에게 푹 빠졌어요. 세연이 가여워 어쩔 줄 몰랐죠. 눈물이 나고 불쌍했어요.”
상대역 류승룡과는 극중에서 그야말로 ‘찰떡 호흡’을 선사했다. 염정아는 “류승룡 선배가 이 역할을 안 했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첫 장면부터 밉기도 한 남편인데 웃음이 나는 건 류승룡 선배 덕분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선배에게 항상 고마웠고 의지를 많이 했어요. 저는 애드리브를 잘 안 만들고 못 하거든요. 옆에서 류승룡 선배가 풍성하게 연기해주니 저도 제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었어요. 꼭 다시 같이하고픈 배우예요.”
극 중 갑자기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처한 세연은 생전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기록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염정아는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금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니고 할 줄 알았어요. 지금 나이가 들었는데도 시간이 별로 없네요. 남편도 시간을 잘 못 내서 원하는 만큼 못하고 있어요. 남편에게도 그렇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가족들이 주말에 저 없이 보내야 할 때가 있는데 미안함을 느끼죠.”
가족들은 염정아의 든든한 조력자다. 때때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미안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들은 염정아의 작품들을 누구보다 즐겁게 봐준다.
“아이들이 <외계+인>을 봤어요. 엄마가 가진 비장의 무기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엄마의 능력을 높이 샀어요. <인생은 아름다워>는 특히 남편이 많이 응원해줬어요. 남편이 이 영화를 보면 많이 울 것 같아요. 갱년기가 올 때가 됐으니까요.”
영화 속 세연처럼 염정아에게도 반추해볼 만한 인생의 찬란했던 시기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염정아는 과거보다는 현재의 삶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저는 지금이 많이 찬란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하고 있고 그걸로 바쁘고, 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까요.”
염정아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오래오래 연기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미녀 배우에서 관록의 여배우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그의 꿈은 지금도 이뤄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