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포

달라진 기후, 맞춤 건강관리

매년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들으며 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구온난화를 위기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정유석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며 여름이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불면의 밤이 늘고 있다. 지난여름 인도에서는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날아가는 새가 떨어질 정도였고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적지 않았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기후 또는 지역적 기후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적게는 수십 년에서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기의 평균적인 상태 변화를 말한다. 빙하기라는 혹독한 시기도 겪었지만 현생 인류의 화두는 온난화(global warming)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대기 중에 열을 가두는 온실효과가 문제의 핵심이다. 거리에 가득한 자동차들과 늦은 밤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의 불빛을 보면 지구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성큼 다가온 미래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1.1~6.4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온난화는 빙하 감소, 홍수, 가뭄, 사막화, 해수면 상승 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지구 자연생태계의 변화를 급격하게 초래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연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동해안의 평균 수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국지성 집중호우, 태풍 등 직간접 피해를 초래하는 자연재해들이 점점 더 큰 규모로 되풀이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홍수, 가뭄, 사막화, 태풍 등 자연재해를 일으켜 사망과 질병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혹서에 의한 사망의 증가 또는 감염성질환 발생의 증가를 가져온다.

‘극한 여름’은 견디는 게 아니다

국내 주요 도시의 최근 10년 동안 한여름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10년 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열대야는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로, 잠들기 힘든 수준의 온도를 말한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노인이나 에어컨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가정과 시설에 거주하는 노약자의 경우 고온다습한 환경에 취약하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평소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활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절약 정신 때문에 무더운 여름밤에도 냉방기를 켜지 않고 잠 못 이루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열대야 속에서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잠들기 전에 적정 수면 온도를 맞춰놓아야 한다. 수면 중 냉방기를 계속 사용하면 호흡기가 건조해지고 필요 이상으로 추워져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잠들기 1~2시간 전에 냉방기를 틀어 침실 온도를 24~26도 사이로 미리 낮추고 타이머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냉방기가 없다면 선풍기라도 틀고 자야 한다. 적어도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을 수 있다’는 황당한 낭설을 믿는 사람은 없어야겠다. 환자가 열사병이 의심되면 빨리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벗긴 뒤,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덮고 선풍기 등을 이용해 바람을 쐬도록 한다. 의식저하가 동반된 경우에는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의
‘기후변화와 건강영향 보고서’

2016년 미국 오바마 정부는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행동계획의 일환으로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항공우주국, 환경보호청, 보건부, 해양기상청, 농무부, 지질조사국, 국방부 등에 속한 전문가 100여 명이 3년간 참여하여 작성한 이 보고서는 온난화로 인해 인류가 당면한 질병 위험을 호흡기계 질환, 수인성 질환, 매개체 감염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대기오염물질 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폭염 시 오존 농도의 상승은 미세먼지 등 다른 오염물질에 의한 건강 영향에도 상호작용을 하는데, 특히 호흡기 건강을 위협한다. 이러한 위험은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에서 더 문제다. 열섬효과는 도심의 기온이 교외지역이나 시골의 기온보다 더 높은 것을 말하는데, 콘크리트나 흑색 아스팔트 등 열을 보존하는 표면의 증가 때문에 발생한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콜레라나 비브리오균의 농도가 증가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와 기온이 상승하면 여러 가지 감염성질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미 국내에도 드물지 않은 여름철 국지성 호우, 수온 상승으로 인한 녹조현상 등 식수원의 수질 악화는 설사를 동반한 고열 등 수인성 질환을 초래한다. 수인성 질환의 주증상인 설사와 탈수, 영양결핍 등은 어린이, 영유아,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 보유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수인성 질환의 특성상 평상시 배수나 정화 등 기본 설비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데, 경제력으로 인한 건강불평등의 안타까운 예이기도 하다. 따뜻한 날씨는 말라리아와 같은 곤충매개질환의 범위를 확산해 인류를 기존 혹은 새로운 감염성질환으로 위협할 수 있다.

뜨거운 지구 구하기

온난화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온실가스 생성을 제거 또는 억제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상에 태양열 반사판을 띄워 태양열 막기, 이산화탄소 해저 매장 등 새로운 방법들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 우려, 엄청난 비용 등 문제점이 많아 실제 실용화는 요원하다. 바람, 조수간만,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나무를 심는 노력 등은 이보다 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일회용품 안 쓰기, 화석연료 대신 전기로 가는 교통수단 이용하기 등을 실천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의 기후변화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특히 취약한 질병을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2050년이 되면 1억 3,8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인지장애 환자들은 비상대피 등 긴급 대응이 필요한 기상이변 상황에 취약하다.

심혈관질환

2030년까지 미국 성인의 41%가 심혈관질환을 앓을 것으로 예측된다. 심혈관질환은 고온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 악화될 수 있다.

당뇨병

가장 흔한, 그리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 확실한 만성질환인 당뇨 환자는 고온 스트레스에 특히 더 민감하기 때문에 기상이변이나 고온 환경에 취약할 것이다.

비만

2030년이면 미국 인구의 51%가 비만일 것이며, 비만은 33%, 고도비만은 1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만은 대기 고온에 대한 민감성을 높인다.

천식 및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온도, 습도, 바람의 변화로 인해 대기 중 오염원 노출이 증가하고, 꽃가루, 진드기 등 알레르기 항원성의 증가로 천식의 발병률 및 증상 악화가 염려된다. COPD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대기오염에 민감하다. COPD는 현재 사망원인 3위에 해당하며 미래에 가장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질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질환

우울과 불안은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최근 1년 이내에 주요 증세를 경험한 빈도를 보면, 불안장애는 15%, 우울증은 7%, 양극성장애(조울증)는 거의 4%에 달한다. 이러한 정신질환은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을 저해할 수 있으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몇 가지 약물은 고온 스트레스의 민감성을 높인다.

신체적 장애

신체활동에 제약이 있는 고령층이나 장애인은 비상대피가 필요한 기상이변 상황에서 교통수단의 미비 등으로 인해 적절한 대응이 곤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