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하고 건조한
노인성 피부
건강하고 탄력 있게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부터 65세 인구가 7% 이상을 차지해 노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노인성 피부질환도 증가하고 피부노화에 관심도 높아졌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른 나이부터 관리한다면 건강한 피부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글 조남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
노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종에 따라서 수명이나 노화 과정이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프로그램설과 반응성 산소 라디칼(radical)에 의해 유전자나 세포구성 단백질에 손상이 축적되어 세포의 기능이 감소하거나 이상이 초래되어 노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자유라디칼설이 가장 인정받고 있다.
특히 피부는 다른 장기와 달리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고 같은 피부라도 노출 부위와 비노출 부위의 노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외부 환경 중 주요 요인으로는 자외선 노출, 열, 흡연, 음주, 갱년기, 공해물질 등이 있다.
이 중 자외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의한 노화를 광노화라 하고 비노출 부위의 노화를 내인성 노화라고 한다.
내인성 피부노화의 특징은 경미한 잔주름, 창백한 피부 색조, 피부건조증, 경미한 탄력 감소 등이 있고 색소 질환이나 양성·악성 피부 종양이 간혹 발생한다. 광노화 피부는 내인성 노화에 비해 정도가 심하고 더 일찍 관찰된다. 깊고 굵은 주름과 잔주름도 많이 발생하며,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에는 불규칙한 색소침착이 나타나고 거칠고 건조하며 탄력성이 떨어져 처지기도 한다. 또 잡티 같은 색소 병변, 검버섯 같은 양성종양, 피부암의 빈도가 증가한다.
신체 전반의 기능저하로 인한 피부노화
피부노화의 주요 증상인 주름이나 탄력성 저하는 피부 진피 내 세포외기질 단백질의 감소가 원인이다. 성인 이후에는 매년 아교질이 1%씩 감소하고 특히 자외선은 아교질 합성을 방해하고 파괴를 촉진하기 때문에 광노화 피부의 아교질 감소는 내인성 노화 피부보다 더 심하게 나타난다.
노화 피부의 기능 변화로는 상처 치유 능력의 저하, 피부의 양성 및 악성 종양의 증가, 피부 면역기능과 비타민 D 합성·항산화 방어 기능의 저하등이 있다.
노화 피부에서는 젊은 피부보다 표피세포의 분열 속도나 재생 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증상은 50세 이후에 급격히 나타나는데, 보통 노인 피부에서는 젊은 피부에 비해 2배 정도 떨어진다. 상처 치유 능력도 떨어져 2차 세균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노인 피부에서는 다양한 양성·악성 종양이 증가하는데, 대부분의 65세 이상 노인에서 1~2개 이상의 양성종양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양성종양으로는 지루각화증(검버섯)이 있고 악성종양으로는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이 있다.
노인은 긴 시간 동안 피부종양의 원인인 자외선에 노출되었고, 멜라닌 세포의 수와 기능이 떨어져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어렵고, 피부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어 피부종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인성 노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광노화는 자외선을 피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는 야외 활동을 삼가고 외출 시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양산이나 긴 옷,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인공 선탠은 피부노화를 촉진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피부의 양성종양이나 악성종양은 레이저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하고 암 전구 병변이 있을 때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관찰해야 한다. 특히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주위 정상 피부와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와 변색, 0.6cm 이상 커지면서 아프거나 가렵고 피가 나는 등의 변화가 있으면 악성으로 진행되는 징조일 수 있으니 조직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흡연이나 음주도 피부노화를 가속화하므로 금연과 적절한 음주 조절이 필요하다.
자주 나타나는 노인성 피부질환
흔한 노인성 피부질환에는 노인성 자반증, 지루각화증, 피부건조증, 노인성 소양증 등이 있다.
자반증은 피부나 점막에서 혈액이 혈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말하는데, 노인이 되면 혈관이 약해져서 작은 충격으로도 자반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반이 흔히 발생한다.
지루각화증은 표피각질세포로 구성된 사마귀 모양의 가장 흔한 양성종양으로, 대부분은 산발적 발생을 보이나 일부는 가족력을 보이기도 한다. 우성유전을 하고 대부분 얼굴에 발생해 자외선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확실하지는 않다. 지루각화증이 갑자기 다수 발생하는 경우에는 내부 장기의 악성종양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루각화증은 병변이 성숙할수록 색이 진해지고 두꺼워지며 표면은 기름기 있는 비늘과 딱지로 덮인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자연 치유되지는 않는다. 악성 변화는 매우 드물며, 주로 미용 목적으로 냉동치료, 전기소작술, 레이저 치료를 진행한다. 치료 후 재발할 수 있으며 완벽한 제거를 위해서는 여러 번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 후 흉터, 색소 이상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건조증은 습도가 낮고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철에 흔히 나타나고 원인은 다양하고 불명확하다. 건조 피부라는 용어도 피부과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지만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다. 사전적인 의미는 피부에 수분이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10% 미만)를 가리키고 임상적으로는 약간의 홍반과 균열이 있으며 비늘이 있는 피부가 거친 상태를 말한다.
피부건조증의 원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나뉘며 내적 요인으로는 유전, 호르몬(폐경기), 질병(아토피, 어린선, 만성습진 같은 피부질환과 만성신부전증, 간질환, 당뇨, 갑상샘 질환, 림프종 등 전신 질환), 노화등이다.
나이가 들면서 각질층의 자연 보습인자가 감소하고 표피 지질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피지선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여성은 폐경 이후, 남성에게는 좀 더 많은 나이에서 나타난다. 피지는 피부 표면에 얇은 지방층을 형성하고 이 지방층은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나이가 들면 피지 분비 감소 이외에도 피부가 수분을 함유하는 능력과 피부장벽 손상 후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복합적인 변화의 결과로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건조해진다.
피부건조증의 치료는 원인이 되는 피부질환이나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치료 원칙은 각질층에 수분을 공급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분을 직접 피부에 공급해주는 것이지만 수분을 유지할 능력이 없으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자연 보습인자를 씻어내어 피부가 더 건조해진다. 과도하게 씻는 것을 피하고, 외부의 유해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며, 적절한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건조증이 있는 피부는 민감한 경우가 많아 순한 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세정력이 강한 비누를 사용하면 피부의 pH가 올라가고 피부장벽 이상과 각질세포의 탈락 이상이 악화되며 피부 습진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건조증이 있는 경우에는 씻고 난 후 적절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강한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장시간 목욕을 하거나 너무 자주 샤워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적정 실내 온도(18℃ 정도)와 실내 습도(40~60%)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목욕이나 샤워 후에는 몸이 마르기 전에 (3분 이내) 바로 보습제를 바르고 마찰이 심한 옷이나 때를 미는 습관같이 피부에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화장품은 보습 효과가 좋은 건성용 기초 제품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