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초등학교 3학년 김도형
“자기야, 얼른 와서 밥 먹어!”
엄마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아빠는 나오지 않으셨다. 아빠는 듣고도 나오시지 못하고 계실 것이다. 담배가 정말 몽당연필처럼 남을 때까지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느긋하게 피우고 나오시기 때문이다. 아빠가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맛있는 음식 냄새를 휘감았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바쁜 회사일로 인해 아빠가 많이 힘드니까 담배만큼은 이해해주자고 하셨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바쁘고 힘드실 때 몸에 좋지 않은 담배를 피우게 되면 더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우리 앞에서 티를 내진 않으시지만, 요즘 회사에 일이 너무 많아 집에 못 들어오시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담배로 잔소리를 하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되면 아빠가 영영 금연에 성공하시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주말 중 하루는 게임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항상 같이 게임을 해주시는데, 오늘은 내가 아빠를 위해 특별한 게임을 준비했다. 바로 ‘할리갈리’라는 게임이다.
규칙이 간단한 게임이라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냥 할리갈리가 아니라 ‘금연 할리갈리’를 준비했다. 기존 게임 카드에 타르, 일산화탄소, 니코틴 등 담배의 안 좋은 성분들이 쓰여 있는 금연 카드를 붙여서 만든 것이다.
“이거 다 도형이가 만든 거니?”
처음에는 사려고 했는데, 지금은 팔지 않아서 인터넷을 보고 누나와 함께 만들었다. 누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만드는 것만 도와주었지만, 누나도 나도, 아빠가 금연에 성공하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독성이 가득한 타르의 캐릭터는 해골로 그렸고,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의 캐릭터는 악마로 그렸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담긴 카드에는 누나와 내 얼굴을 서로 그려 넣었다.
아빠는 신기하다는 듯 카드를 한 장 한 장 살펴보셨다.
금연하는 방법이 적힌 카드도 한참 동안 읽으셨고, 나의 삐뚤빼뚤한 글씨를 보며 웃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우리 얼굴이 그려진 카드를 보고 한참 동안 가만히 계셨다. 그 카드는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힌, 울고 있는 우리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금연 할리갈리’에 열심히 참여해주셨다. 게임은 아빠가 더 잘해서 매일 지는데도 아빠랑 하는 게임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 아빠는 이번에도 이겼지만 벌칙으로 딱밤을 때리거나 간지러움을 태우시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열심히 만든 이 금연 카드를 달라고 하셨다.
나는 이유를 몰랐지만 아빠에게 금연 카드를 드렸고, 그 카드를 다시 발견한 곳은 아빠의 지갑이었다. 아빠는 지갑에 항상 금연 카드를 넣고 다니며 담배를 피우고 싶으실 때마다 이 카드를 보며 금연을 다짐한다고 하셨다. 그 어떤 담배보다 가장 큰 중독은 우리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