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새끼

심장이 두근거려요

아이들이 ‘심장이 빨리 뛴다, 두근거린다, 심장이 크게 뛴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운동 직후이거나 발열이 있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라면 어느 정도 맥박이 빨라지기도 하지만 주변 상황의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갑자기 그런 증상을 호소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박정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두근거림은 소아심장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아이들이 호소하는 대부분의 두근거림은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일부는 중한 부정맥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잘 살펴보아야 한다. 두근거림의 원인은 크게 4가지다. 첫째, 정상적인 신체 반응 혹은 정신적인 요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상적인 신체 반응, 즉 운동 직후이거나 아이가 신나서 들뜬 경우, 발열이 있는 경우에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정상적으로 맥박이 평소보다 조금 빨라진다. 또 아이가 두려움, 공포,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요인이 있는 경우에도 맥박이 빨라질 수 있다. 이때는 아이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고 불안 요인을 제거해주면 저절로 좋아지니 기저 요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심장질환 외에 특정 질병이 있는 경우로, 빈혈, 갑상선기능항진증, 저혈당증 등이 있다. 특히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면서 심하면 부정맥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아이가 지속적으로 두근거림을 호소한다면 갑상선호르몬을 포함한 기본건강검진에 해당하는 혈액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셋째, 심장 구조 및 기능의 문제로, 선천적으로 심장의 해부학적 구조에 이상이 있거나, 심근질환으로 심기능이 떨어진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면 심장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심장의 부정맥이다. 심장은 전기신호에 따라 심장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전신으로 혈액을 짜서 보내주는데 이러한 전기신호를 만들어 내고 전달하는 심장 조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전기신호의 이상이 어느 부위에서 어떻게 생기는지에 따라 다양한 진단명이 있고 치료 방법 및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또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아이가 단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말고도 심‘ 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난다’, ‘맥박이 하나씩 빠졌다가 다시 생기는 것 같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심하고 위험한 부정맥의 경우 달리기나 계단 오르기 등 심장에 부하가 걸리는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실신하기도 한다.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신호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심전도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심전도는 병원에서 1회성으로 수초간 촬영하는 단순 12-lead심전도와 하루 동안 흉곽에 스티커를 몇 개 붙이고 24시간 지속적으로 검사하는 홀터 심전도검사가 있다. 단순 12-lead 심전도의 경우 증상이 없는 시점에 검사를 시행하면 부정맥 환자라도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부정맥이 많이 의심되는 아이에게는 좀 더 길게 검사할 수 있는 24시간 홀터 심전도가 효과적이다. 부정맥은 진단 종류에 따라 약을 먹으며 치료해볼 수도 있고 전극도자절제술과 같은 심장 시술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진단이 중요하다.

정확한 검사로 원인 파악이 중요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아이의 한마디 말 속에 이처럼 다양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는 자세한 병력을 들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 혹은 의사소통이 미숙한 아이의 경우 보호자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심장이 두근거렸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는 1분 심박수 측정으로 알 수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몸집이 큰 청소년의 경우 엄지손가락 아래쪽 손목의 맥박을 짚고)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면서 시계를 보고 초침이 한 바퀴를 다 돌 동안(1분) 심장이 몇 번 뛰었는지를 세면 된다. 소아들은 정상적으로 성인에 비해 1분 맥박수가 조금 더 많다. 소아의 정상 맥박수는 미취학 아동 80~120회/분, 초등학생 70~110회/분, 청소년 60~100회/분이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다면 맥박수 기록을 보여주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맥박을 측정해보는 것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아이는 심장이 빨리 뛴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맥박을 측정해보면 1분 심박수는 정상 범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병원에서 24시간 홀터 심전도를 실시해 아이가 두근거림이 심했다고 하는 시점의 심전도 기록을 역으로 확인해보면 맥박수가 정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환자가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나 심장박동 자체를 예민하게 느끼고 있는 경우로, 맥박수는 정상이라고 안심시키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곤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중 커피나 카페인 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를 섭취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는 심장박동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요약하자면 아이가 두근거리는 증상을 호소한다면 보호자는 어떤 상황에서(아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 때), 얼마나 두근거리는지(1분 심박수)를 측정해봐야 한다. 이후 병원에 방문해 소아 심장 의사의 구체적인 문진을 통해 심전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24시간 홀터 심전도 등을 시행해볼 수 있으니 미리 걱정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