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짧아서 확실한
행복 숏확행,
숏폼 콘텐츠

이젠 한두 시간씩 들여 영상을 보는 시대가 아니다. 방송국이나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짧게 요약된 영상을 올릴 만큼 짧은 호흡의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MZ 세대의 숏폼 콘텐츠 선호 현상 때문이다.

정리 편집실 /
참고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 창)

숏폼 콘텐츠의 시작, 틱톡

숏폼 콘텐츠의 시작은 틱톡(TikTok)이다. 2016년 중국 IT 기업 ‘바이트 댄스’가 출시한 틱톡은 15초에서 1분 정도 길이의 숏폼 비디오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SNS 플랫폼이다. ‘숏폼 콘텐츠=틱톡’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숏폼 콘텐츠의 선두 주자이자 대명사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방문자 수 1위 사이트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합쳐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앱을 차지하기도 했다.

틱톡에 업로드되는 영상들은 다양하다. 춤추는 영상부터 자신의 일상, 유행하는 밈(Meme), 참여를 유도하는 챌린지 등이 주로 올라간다. 주로 1020 세대들이 참여하며 재미 위주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틱톡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건 지난 2020년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열풍 때다. 15초 동안 지코의 노래 ‘아무노래’에 맞춰 간단한 안무와 표정 연기를 선보이는 간단한 챌린지였지만,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해 1020세대, 외국인들까지 참여하며 누적 조회 수 8억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숏폼 콘텐츠와 틱톡이 대중에게 각인됐다.

틱톡이 큰 인기를 얻자 글로벌 대형 플랫폼들도 앞다퉈 숏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타(전 페이스북)는 2020년 인스타그램에 ‘릴스’ 서비스를 추가했다. 15~30초 분량의 영상을 촬영 및 편집할 수 있고, 어울리는 음악을 추가하거나 필터로 배경을 바꾸고 특수효과를 넣을 수도 있다. 구글은 유튜브에 ‘쇼츠’ 기능을 더했다. 쇼츠는 최소 5초에서 최대 1분 분량으로, 쇼츠 조회수만으로는 수익이 창출되진 않지만 본채널로 시청자들을 유입하는 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MZ 세대의 특성에 딱 맞는 형식

숏폼 콘텐츠는 TV나 PC보다는 모바일, 글보다 영상이나 이미지, 영상중에서도 짧은 것을 선호하는 특성을 지닌 MZ 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MZ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상과 연결돼 있었다. 종이책보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영상이 더 익숙한 첫 세대다. 이런 점에 착안해 틱톡은 3:4 혹은 9:16으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 화면 비율을 활용한다. 그동안 영상은 가로로 제작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MZ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고 사회 전반에서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지 않고 바로 볼 수 있게 세로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 점은 시청자의 이탈을 막는 주요 포인트다. 또 긴 콘텐츠를 감상하지 못하는 특성에 적합한 포맷이다. 한 가지 영상을 오래 보는 것보다 짧은 영상을 여러 개 보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MZ 세대의 특징이 반영됐다.

계속될 숏폼 콘텐츠 전쟁

숏폼 콘텐츠의 강세가 계속되자 기존 TV 프로그램들을 재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MBC는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을 개설해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안녕! 프란체스카> 등 자사 예능 프로그램들의 핵심만 요약한 5~10분 분량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이는 MZ 세대 사이에서 ‘밥 친구(밥 먹을 때 간단하게 보기 좋은 영상을 일컫는 말)’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는 니니즈(NINIZ)의 인기 캐릭터 ‘죠르디’를 내세워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TV에 매주 화요일 취준생 콘셉트인 죠르디를 중심으로 한 소소한 일상을 다룬 3분 내외의 숏폼 애니메이션을 공개한다.

글로벌 기업들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숏폼 서비스 ‘릴스’를 진행 중인 메타의 인스타그램도 앞으로 15분 이하의 동영상을 모두 릴스로 통합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올 초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에서 철수했다. 거대 공룡 스트리밍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숏폼 콘텐츠인 쇼츠에 더 주력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에는 유튜브 숏폼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해 일정 수준의 조회수를 달성한 크리에이터에게 제작비를 지원하는 ‘유튜브 쇼츠펀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숏폼 콘텐츠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의 정식 분야로 선정되기도 했다. 쉬운 접근성과 빠른 전파력으로 MZ 세대를 사로잡은 숏폼 콘텐츠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