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를 맞이한
손석, 구씨
상반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남자 배우 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배우 손석구일 것이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영화 <범죄도시2>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연기로 전성기를 맞이한 손석구는, 씩 웃는 특유의 짖궂은 미소로 자신에 대한 여러 질문에 차근차근 답했다.
글 정유진 사진 ABO 엔터테인먼트,
jtbc <나의 해방일지> PHOTO
“들어오는 악역 중에 가장 센 것 골랐던 게
<범죄도시 2>”
영화 <범죄도시 2>는 지난 5월 18일 개봉해 1,26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후 나온 첫 번째 천만 영화였다. 전편에 이어 마동석이 분한 마석도 형사가 압도적인 능력으로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에서 손석구는 베트남 일대에서 활동하는 강도 살인범 강해상을 연기했다.
“한동안 악역이 많이 들어왔어요. 피 칠갑에 격한 액션, 거친 언행을 해야하는 이런 작품이 당기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역할만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기왕 할 거면 들어오는 악역 중에 가장 센 걸 하고, 악역은 당분간 그만하자는 생각으로 <범죄도시 2>를 선택했어요.”
강해상은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전편 <범죄도시>에서 배우 윤계상이 연기한 악당 장첸에 상응하는 캐릭터다. 장첸은 무척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던 악역으로, 윤계상에게도 전성기를 가져다준 작품. 손석구는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장첸보다 잘해야겠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1편 시나리오를 보고 똑같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독립된 시나리오를 보고, 제 해석에 따라 연기하는 건 늘 해온 거라 부담이 없었죠.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는 매우 부담이 됐어요. 비교도 될 거고… 그래도 제가할 건 다 했으니 (결과물에 대한 비교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죠.(웃음)”
“구씨 유니버스요? 굉장히 만족스럽네요.”
<범죄도시 2>에서 범죄자를 연기한 손석구는 본의 아니게 비슷한 시기 방송돼 인기를 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어두운 과거가 있는 인물 ‘구씨’를 연기했다. 일부 팬들은 <범죄도시 2>가 나온 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의 과거가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이라는, 이른바 ‘구씨 유니버스’를 상상해 만들며 두 작품을 동시에 즐겼다. 손석구는 자신이 나오는 두 콘텐츠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해 즐기는 팬들을 보며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이 작품들이 1년 텀을 두고 나왔으면 그런 재미는 없었겠죠.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두 작품 모두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나의 해방일지>는 오래전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작가님이 ‘글을 조금 더 쓰고 싶다’고 하셔서 미뤄졌던 작품이고 <범죄도시 2>도 점점 촬영이 미뤄지다 팬데믹을 만나 또 한 번 늦어졌던 작품이죠. 솔직히 배우로서는 중간 텀이 길어져 불안하고 조급하기도 했는데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지금은 이렇게 두 배로 즐길 수 있어 좋네요.”
“늘 제 것을 하는 배우로 기억될래요”
마동석은 <범죄도시 2>의 주연 배우일 뿐 아니라 이 영화의 기획자이자 제작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영화 <언프레임드>에서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를 선보이기도 했던 손석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선배 마동석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마)동석이 형한테 진짜 많이 배웠어요. 형은 연기 잘하는 배우일 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수많은 걸 체크하셨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절 옆에 앉혀놓고는 ‘야 석구야 너는 나랑 피가 같아. 나중에 연출하고 글도 쓰고 제작도 하고 영화인으로 할 수 있는 거 다 해’라고 얘기해주셨죠. 제작자로서 해야 할 걸 가르쳐주셨던 것 같아요. 형에게 과외받는 느낌으로 현장에 갔던 기억이 나요.”
<언프레임드>를 통해 단편영화 연출에 도전한 것은 손석구에게는 ‘30대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손석구는 앞으로도 계속 연출에 도전하기 위해 올해 안에 시나리오 한 편을 쓸 것이라고 했다.
“노후 옵션을 하나 만든 것 같아요.(웃음) 꼭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죽기전에 다른 것도 해보면서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봤어요. 예를 들어 연기가 재미없어졌는데 그걸 계속해야 한다, 그럴 때 갈아탈 수 있는 배가 하나 생긴 거죠. 하지만 영화라는 범주 안에 있고요.”
가감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할 수 있는 손석구는 드라마 속 ‘구씨’나 영화 속 ‘강해상’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 이끌림에 충실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였다.
“저는 늘 제 것을 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솔직한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