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남자,
송강호
지난 20여 년간 송강호는 대한민국의 ‘국민 배우’였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칸의 남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위대한 배우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글 정유진 사진 CJ ENM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잊지 못할 순간
지난 5월 28일(현지 시각)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대한민국 배우 송강호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죠. 그렇지만 ‘기쁘다’라는 감정보다는 최고의 영화제에서 이런 순간을 <브로커> 팀과 나란히 앉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박찬욱 감독님, 박해일 씨도 함께 있어서 두루두루 너무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헤어질 결심>으로 한자리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은 누구보다 송강호의 수상을 기뻐했다. 박 감독과는 영화 <박쥐>로, 박해일과는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로 함께했던 바 있다. 수상 후 많은 축하가 쏟아졌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영화계 동지들이 멀리서 실시간으로 수상 장면을 보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송강호가 출연했던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은 <밀양>(감독 이창동), <박쥐>(감독 박찬욱), <기생충>(감독 봉준호), 올해 진출한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까지 총 네 편이며, 모두 수상했다. 송강호는 “이 정도면 ‘수상 요정’이다”라는 표현에 껄껄껄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너무 기쁘고 좋네요. ‘운이 좋구나’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님과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이창동 감독님은 모두 최고의 작가이자 감독입니다. 그분들의 성과죠. 저는 운이 좋아서 같이 갔던 것뿐이에요.”
<브로커>서 만난 아이유,
캐스팅에 너무 놀라
영화 <브로커>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의 영화로 거장 반열에 오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의 제작진, 배우들과 처음으로 함께 만든 한국 영화다. <브로커>는 제작 초기부터 송강호뿐 아니라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이지은), 이주영 등 유명 배우들의 합류로 화제가 됐다. 특히 가수이자 배우인 아이유의 출연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송강호 역시 아이유의 캐스팅이 새롭게 느껴졌다고.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아이유 씨는 성공한 슈퍼스타잖아요. 저도 <최고다 이순신>부터 <나의 아저씨>까지 안 본 드라마가 없을 정도로 아이유 씨의 팬입니다. 같이한다고 했을 때 반가워서 탄성이 나올 정도였어요. 너무 잘할 것 같았고, 결과는 모두가 아시죠. 예상보다 수십 배 더 잘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인연은 무척 오래됐다. 15년 전인 2007년, <밀양>으로 칸 영화제에 다녀온 그해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만나 뵙기 전부터 감독님의 작품들을 봐왔어요. 감동적인 작품들이었고 너무나 존경하고 있었죠. 처음 만났을 때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의 만남이 기억에 가장 남네요. <브로커>의 원래 제목은 ‘요람’이었어요. 6~7년 전쯤에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정식 미팅을 했고 ‘같이해보자’고 얘기가 돼 <브로커>에 참여하게 됐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른 인터뷰에서 송강호를 ‘타고난 엔터테이너’라며 항상 촬영장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송강호는 “나는 엔터테이너 하고는 거리가 있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조용한 편이에요. 강동원 씨, 배두나 씨와 작업을 여러 번 해 친숙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 아이유, 이주영 씨와는 처음 만난 거라 친해지려고 처음에 노력한 측면이 있겠죠.(웃음)”
‘넘버 3’가 ‘넘버 1’이 됐다고?
과찬이십니다
이번 칸 영화제에는 아내와 아들, 딸이 동행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아들 송준평은 아버지의 수상 직후 자신의 SNS에 “아임 프라우드 오브 유(당신이 자랑스러워요)”라며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한 바 있다.
“귀한 자리에서 가족들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는 아들이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 동행했어요. 네 가족이 다 모였죠. 그래서 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1989년, 연극배우로 시작한 송강호의 연기 경력은 올해 33년째를 맞이한다. 송강호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겠냐는 질문에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더 잘해라”라고 짧게 답해 웃음을 줬다. 그의 대답은 이처럼 늘 겸손하고 솔직하고 재밌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김지운 등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들과 거장들에게 선택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물으면 “잘생기지 않아서”라고 답을 하는 식이다.
아무리 겸손하려 노력해도 송강호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송강호의 연기를 사랑해온 사람들은 애정을 담아 “‘넘버 3’가 ‘넘버 1’이 됐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넘버 3>(1997)는 송강호의 출세작이다. 이 영화에서 삼류 깡패를 실감 나게 연기한 그는 이를 계기로 충무로의 러브콜을 받는 인기 배우가 됐다.
“‘넘버 1’이라는 말씀은 과찬이에요. 단 한 번도 ‘넘버 1’이 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넘버 3>라는 영화를 많이 좋아하시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30년간 이어져온 대중의 큰 기대. 송강호는 거기서 오는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고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극복하는 방법은 없어요. 스스로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저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애써왔어요. 그런 것들이 나름대로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