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생산적인
삶을 추구하는 트렌드
‘갓생’

웰빙, 욜로, 소확행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삶의 가치관 키워드가 있다. 최근에는 누구보다 생산적인 삶을 추구하는 ‘갓생’이 그러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갓생’은 사회 전반에 트렌드로 퍼지고 있다.

편집실

최근 젊은 세대의 가치관

‘등굣길에는 팟캐스트로 교양 강의를 듣는다’, ‘수업 시작 전까지 단어를 외우거나 모의고사를 푼다’

‘하교 후에는 엄마에게 핸드폰을 맡기고 간식을 먹으며 4시간 집중해서 공부한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다니면서 갓생 사는 법 알려줄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하나도 없는 자신의 일과를 공개했다. 이 글은 1,000개 이상의 추천과 400개 이상의 댓글을 받으며 3탄까지 시리즈로 이어지기도 했다.

‘갓생’은 영어 갓(God)과 인생을 합쳐 탄생한 신조어로, 생산적인 일을 해내며 부지런히,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한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갓생러’(갓생에 사람을 나타내는 영어 접미어 er을 붙인 신조어)라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당장 오늘 하루를 알차고 생산적으로 보내는 데 집중하자는 젊은 세대의 최근 가치관을 담은 새로운 트렌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YOLO(욜로, You Only Live Once)’와 갓생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YOLO도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가치관이지만,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갓생과 차이가 있다.

소소한 실천으로 이루는 갓생

갓생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이후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갓생’은 2020년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검색량이 100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그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사람도 자연스레 증가했다. 그것을 깨기 위해 의식적으로 규칙적이고 알찬 생활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갓생러들은 대단한 것을 바라며 갓생에 임하지 않는다. 그저 생활 속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평소 루틴을 실천한 뒤, 스스로 작게나마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일찍 일어나 이불 정리하기’, ‘식사 후 10분 산책하기’, ‘잠자기 전 감사일기 쓰기’ 등 소소한 행동을 실천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갓생을 도와주는 앱도 등장했다. 공유형 일정 관리 앱 ‘투두 메이트’는 자신의 리스트를 작성한 후 친구들과 공유해 서로 응원을 남길 수 있다. 소셜미디어처럼 다른 사람을 팔로우할 수 있고 자신이 작성한 리스트를 완료하면 친구가 칭찬 스티커를 남길 수도 있다. 공부 시간을 기록하는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도 인기다.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자격증이나 취업 준비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고, 주제별 공부 랭킹을 볼 수도 있다. 공부 타이머 사용 중에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고 익명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갓생러들의 필수 앱으로 꼽힌다.

건강하고 성숙한 갓생을 위해

하지만 갓생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미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성적과 입시, 취업 등으로 오랜 시간 경쟁을 해왔고 갓생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경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각박한 현실속에서 스스로를 입증해내려는 하나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서로 갓생을 공유하는 것은 적당한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정한 리스트를 지키지 못할 경우 좌절감을 느끼거나 자신보다 더 열심히 한 친구를 보며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감정이 계속되면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지나치게 보여주기 식의 갓생은 지양해야 한다.

갓생이 시작된 것은 미래보다는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 지나치게 강박이나 압박을 느낀다면 그 목적이 퇴색될 뿐이다. 갓생이 건강하고 성숙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