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취미를 넘어 삶의 동반자가 된
반려 문화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동물을 뜻하던 ‘애완동물’이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반려동물’이 된 지 오래다. 최근 반려 트렌드는 동물에 그치지 않는다. 식물을 포함해 반려의 영역이 한층 넓어졌다.

편집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은 이제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애완의 대상에서 인생을 함께하는 가족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회 변화를 반영한 반려동물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가 필요하다. 이에 통계청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인구주택총조사에 반려동물 양육 여부를 반영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반려인을 겨냥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와 여주시에는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들어섰다. 오산시에 있는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수도권 최대 규모로, 연간 4만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혐오시설로 여겨지던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지어져 지역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동물보호가 공적 가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이다. 2019년 부산광역시 최초로 공공유기동물 입양센터를 개소한 해운대구는 그동안 버림받은 동물 100여 마리에게 새 가족을 찾아줬다.

가장 큰 성장을 보인 분야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과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펫코노미 시장은 반려동물을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族)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조 9,000억 원이었던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 3조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연구원은 2027년에는 6조 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유기동물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2월 사단법인 동물구조119가 공개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실유기동물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부터 매년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유기되거나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떠돌이 동물을 대상으로 TNR(포획-중성화-방사)을 진행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식물까지 넓어진 반려의 영역

최근 ‘반려’의 영역이 동물을 넘어 식물까지 넓어졌다. 이전까지 식물은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나 공기정화 목적, 중장년층의 고리타분한 취미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졌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둔 보호자에게 붙이던 ‘집사’라는 별명이 식물 반려자에게도 적용되면서 ‘식집사’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반려 열풍이 동물에서 식물로 관심이 옮겨 갔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양육에 비해 금전적인 부담이 적고 관리도 편리하다. 또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며 식물 친화적 트렌드가 확산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서적 교류의 대상이 필요해진 것 역시 반려식물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지친 일상 속 소소한 힐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펫코노미의 성장처럼 반려식물 관련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려동물을 잠시 맡길 수 있는 호텔처럼 장시간 집을 비워 식물 관리가 어려운 식집사를 위한 ‘식물 호텔’도 등장했다. AK플라자 분당점에 자리한 가든어스 플랜트 호텔은 식물을 맡아주는 호텔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정상 기를 수 없게 된 경우 다른 고객에게 분양해주는 입양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2013년 3월부터 병들고 아픈 반려식물을 치료하는 ‘화분병원’을 운영 중이다. 2021년에만 화분 1,807개가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화분병원은 일반 병원처럼 치료실, 입원실을 갖추고 있으며, 이용료는 무료이며, 1인당 최대 화분 3개를 맡길 수 있다. LG전자는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생활을 돕는 식물생활가전 ‘LG 틔운’을 선보였다. 순환급수 시스템, 자동 온도조절 시스템, LED 조명 등을 탑재해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가전제품이다. 한정 판매를 진행했는데 반려식물 입문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만큼 그에 걸맞은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동물과 식물을 아끼고 보듬고 교감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진정한 반려의 의미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