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산책

서울 근교 데이트 코스, 나들이 장소로 손꼽히는 남이섬. 남이섬의 진가는 겨울에 더해진다. 우선 드라마 〈겨울연가〉하면 남이섬이 떠오른다. 여기에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볼 수 있고 춥지만 자전거를 타며 색다른 겨울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남이섬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사진 춘천시청

‘춘천 가는 기차’를 몇 번이나 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하게 헤아릴 순 없지만 이 기차, 정말 많이 탔다. 최초의 경험은 대학생 때였다. 회상컨대 대학교 과 MT를 강촌 혹은 대성리에서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 위에는 가볼 만한 곳이 꽤 여럿이다. 강촌, 대성리가 있고 청평, 가평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춘천이 있다. 춘천은 이 지면에서 소개한 적 있으므로 오늘은 가평, 그 중에서도 남이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남이섬에 대한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다. 때는 2016년이었다. 남이섬에서 ‘뮤지션과의 하룻밤 in 남이섬’이라는 타이틀로 이벤트가 진행된 적 있었다. 주인공은 가수 조성모였다. 조성모가 누군가. 2000년대 언저리에서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왕들 중 한명이었다. 발표하는 곡마다 놀라운 히트 궤적을 그렸고, 앨범 판매량은 100만 장을 훌쩍 넘겼다.

그는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 시대를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To Heaven’과 ‘For Your Soul’의 뮤직비디오는 당대 최고의 스타를 섭외해서 찍은 하나의 작품이었다.

과연 그랬다. 각각 6분과 8분이 넘는 뮤직비디오 러닝타임부터가 기존 뮤직비디오와는 결을 달리하는 결과물임을 말해줬다.

한데 진행자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조성모 씨와 팬들이 대화하고 조성모 씨가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는 구성인데 흐름을 조율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일단 조성모라는 가수의 팬이었다. 그가 데뷔했을 때 나는 군복무 중이었는데 이후 그의 곡 거의 전부를 따라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 장소가 남이섬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여행 계획을 짜면 되겠다 싶었다.

성공적이었다. 이벤트는 잘 마무리되었고, 조성모 씨와 팬들도 만족한 듯 보였다. 거짓말이 아니다. 나중에 후기를 쭉 읽어봤는데 다들 재미있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뭔가 잘 해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남이섬 여행을 시작했다. 참고로 남이섬은 가평까지 간 뒤 남이섬 선착장으로 이동해 배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막히지 않는다면 서울 기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남이섬 하면 떠오르는 〈겨울연가〉

기실 남이섬은 따로 코스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쭉 돌아보면 된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장소를 꼽으라면 역시 〈겨울연가〉 포스터가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일 것이다. 남이섬은 〈겨울연가〉를 촬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흔적을 지금도 보존하고 있다. 당연히 ‘욘사마’를 애정하는 수많은 일본 팬이 다녀갔다고 전해진다. 음악은 당연히 〈겨울연가〉 사운드트랙을 골라야 할 것이다. 류(Ryu)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0순위로 추천한다.

물안개 & 집와이어

이거 장관이다. 볼 가치가 있다. 단, 조건이 있다. 남이섬으로 향하는 첫배를 타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근데 시간이 좀 이르다. 7시 30분이다. 올빼미족인 나는 겨우 일어나서 거의 반수면 상태로 있다가 이걸 봤다. 꽤 인상적이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보길 권한다. 음악은 섬을 노래한 민수의 ‘섬’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노래 진짜 좋다. 민수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인데 특히 Z세대의 팬 비율이 높은 걸로 유명하다.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무시하면 큰일난다. 음악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아티스트다.

집와이어는 남이섬으로 향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배를 타고 남이섬으로 가면 5분 정도 걸리지만 집와이어를 이용하면 1분 30초 만에 남이섬에 도착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못 해봤다. 이게 말이 집와이어지 출발하는 쪽 높이가 아파트 25층 정도 된다. 고소공포증 없는 분이라면 얼마든지 도전하시라. 나는 앞으로도 배 타고 유유자적 남이섬으로 향할 계획이다. 예외는 없다.

자전거 타기 & 은행나무길

남이섬을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거 의외로 괜찮다. 물론 지금은 좀 추워서 힘들겠지만 기억해뒀다가 반드시 해보기를 권한다. 날이 조금이라도 덜 춥다면 옷 두껍게 입고 장갑 끼면 탈 만하다. 자전거 종류도 다양하다. 혼자 타는 자전거, 둘이 타는 자전거, 전기자전거도 있다. 심지어 레일 위를 달리는 자전거도 있는데 이거 꽤 인기다. 어쨌든, 자전거를 타고 은행나무길을 쭉 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음악은 델리스파이스의 ‘달려라 자전거’라는 곡이 딱일 것이다. 만약 커플로 갔다면 정인과 개리가 부른 ‘자전거’라는 노래를 플레이하면 최선이다. 그러나 내가 들었던 노래는 따로 있다. 장필순의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다. 내가 평소 자전거 탈 때마다 꼭 듣는 곡이기도 하다.

PLAY LIST

처음부터 지금까지

수록 앨범: 겨울연가 OST 2002

수록 앨범: 섬 2018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

수록 앨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