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이자 대표 관광도시인 부산. 보고 먹고 즐길 거리가 많다. 이미 이름난 곳이 즐비하지만 나만의 감으로 찾아낸 여행지가 있다면 더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 부산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꽤나 좋았던 장소 몇 군데를 음악과 함께 공유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사진 부산시청
바다 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부산이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무역항이다.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아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도시다. 나도 그렇다. 일 때문이든 놀기 위함이든 최소 10번 넘게 간 것 같다. 그럼에도 부산은 언제나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다. 일단 부산에는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게 많다. 회를 좋아한다면 말 그대로 횟집은 널려 있고, 중국 음식을 좋아한다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 대체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에 빠질 정도다. 이 외에도 돼지국밥, 밀면, 양곱창 등 부산에는 하루 5식을 해도 모자랄 만큼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내 가 부산행을 언제나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대도시인 만큼 부산에는 구경할 곳도 많다. 해운대, 광안리는 기본이고 조금만 찾아보면 관광지로서 이렇게 매력적인 곳도 없겠구나 싶다. 나는 10번 넘게 부산을 오가며 곳곳을 다 누비고 다녔다. 그중에는 지인 추천 찬스를 쓴 곳도 있었지만 그냥 무작정 내 감에만 의지해 방문한 곳도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게 바로 이거다. 자신의 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평점의 노예가 됐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평점에 의지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평점에 의지한다. 월세를 구할 때도 평점의 신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신다. 이렇게 평점은 동조 압력처럼 작용한다. 간단하게 ‘남이 좋다는 걸 답습하는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조심스레 제안하고 싶다. 어느덧 자취를 감춰버린 그 기쁨, 오감을 총동원해 발휘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그 기쁨, 직접 찾아나서 보면 어떨까 싶다. 그냥 내 느낌을 믿는 거다. ‘그래, 이거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이순재 아저씨처럼 직진하는 거다.
따라서 내가 추천하는 리스트를 신뢰해도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다. 만약 내 감을 믿고 어딘가에 갔는데 영 별로였다고 치자. 그래도 괜찮다. 그 별로였던 순간을 우린 또한 곱씹으면서 여행을 추억할 수 있다. 상상해보라. 오로지 만족으로만 가득한 여행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약간 지루한 여행이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용소웰빙공원
사람 없는 곳부터 일단 찾고 보는 분에게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진짜다. 어딜 가든 바글바글한 부산에서 이만큼 한적한 장소, 그렇게 많지 않다. 기장에 있는 용소웰빙공원은 용소골 저수지의 풍광을 즐기면서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둘레길 한 바퀴가 700m쯤 된다. 상당히 아담한 공원이다. 특히 둑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용소호의 풍경이 상당히 매력적이니 꼭 방문해보길 권한다. 단, 반드시 날씨가 좋은 길일을 택해서 가야한다. 날이 궂으면 별 의미 없다. 음악은 당연히 잔잔한 스타일로 고르는 걸 추천한다. 양희은과 이상순이 함께한 ‘산책’ 같은 곡 말이다. 이상순의 섬세한 기타 연주에 양희은의 세월이 녹아 있는 깊은 목소리가 무엇보다 인상적인 곡이다.
부산의 베네치아 장림포구
부산 사하구의 끝자락에 자리한 곳이다. 일명 ‘부니 치아’라고 불리는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따온 작명이다. 부산의 베네치아, 줄여서 부니 치아. 장림포구는 용소웰빙공원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크지 않다.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둘러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도 좋고, 아예 계단을 내려와서 감상해도 좋다.
나는 베네치아에 가본 적이 없다. 한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장림포구가 화면으로 본 베네치아만큼 끝내주게 멋진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일몰 시간에 맞춰 가본 장림포구의 풍경은 꽤나 감동적이었음을 고백한다. 여행을 통해 감성지수를 올리고 싶은 분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음악은 에코브릿지가 작곡하고 부산 출신 가수 최백호가 노래한 ‘부산에 가면’을 꼽고 싶다. 이 곡을 들으면서 저 멀리 석양을 한번 바라보라. 어느새 울컥하는 느낌이 단전에서부터 훅 치고 올라올 것이다.
바다 위를 걷는 느낌 송도용궁구름다리
바다 경치를 보고 싶다면 송도용궁구름다리를 권한다. 자갈치시장 기준으로 설명하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송도용궁구름다리는 암남공원에서 바다 건너 작은 무인도 동선 상부를 연결하는 길이 127m의 해상 다리다. 다소 아찔할 수 있다. 철제다리 위로 바다를 공중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소공포증이 심한 분에게는 비추…는 아니고 사실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다. 충분히 건널 수 있는 수준이다. 이곳에 가면 송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멋진 각도로 펼쳐진 암남공원의 기암절벽도 볼 수 있다. 뭘로 보나 ‘경치빨’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음악은 글에서 이미 힌트를 제시했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수록곡 ‘공중 산책’이다. 다리 건널 때 꼭 이 곡을 검색해서 들어보자.
PLAY LIST
산책
수록 앨범: 뜻밖의 만남 세 번째 2015
부산에 가면
수록 앨범: 에코브릿지 with 최백호
공중 산책
수록 앨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