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인간 비타민’은 배우 오나라에게 꼭 맞는 수식어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를 연기한 여배우가 어쩜 이렇게 상큼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하 호호’ 기분 좋은 웃음을 감염시키는 ‘하이텐션’ 여배우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르는 ‘코미디’일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에 간직했던 진솔한 이야기들을 펼쳐놓는 순간, 마주 앉은 이들은 그녀가 인생에서 생각보다 많은 장르를 품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유진 사진 NEW

“비밀연애요? 못 해요!”

오나라는 최근 개봉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에서 전 남편의 30년 지기 절친과 비밀연애를 하는 여자 미애를 연기했다. 미애는 고등학생 아들 성경(성유빈 분)의 교육 문제로 전 남편 현(류승룡 분)과 자주 부딪치며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는 동시에 아무도 모르게 현의 절친 순모(김희원 분)와 알콩달콩 연애를 만끽하는 인물.

“(극 중)전 남편과 이혼한 지 10년이에요. 세월이 그 정도 지나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순애보를 이어왔던 순모가 이혼의 아픔을 겪은 미애를 따뜻하게 안아줬을 것 같아요.”

미애는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연인이기도 하다. 오나라는 ‘여자로서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미애가 자신과 많이 닮아 있다고 했다.

“저도 오나라로서, 한 여자로서 일을 즐기고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미애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비밀연애를 못 해요. 비밀이 없거든요.(웃음) 불편한 게 힘들어요. 남자친구와도, 회사 매니저와도 비밀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클리어’하게 인생을 사는 스타일이에요.”

“나는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밌지?”

극 중 아들 역할을 한 성유빈은 <장르만 로맨스> 관련 인터뷰에서 오나라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항상 현장에 가는 게 즐거웠다고 말한 바 있다. “유빈이가요? 유빈이가 그랬나요?”라고 되묻던 오나라는 “밝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되레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게 재밌지?”라고 자문해 웃음을 줬다.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재밌어 죽겠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밌고, 새 작품을 만나는 것도 재밌어요. 일부러 웃고 있는 게 아니고 재밌어서 웃는 거예요. 일로써, 일부러 웃으라고 하면 지치겠죠. 계속 웃는 건 아마도 타고난 게 아닌가 싶어요.”

늘 밝은 오나라지만, 마음 날씨가 늘 ‘맑음’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저라고 슬프고 우울할 때가 없겠어요?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슬플 때가 길지 않다고 해요. 매니저 동생들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면 우울할 때는 사람들이 저를 건드리지 않아요. 혼자 우울해하고 슬퍼하다가 금방 이겨내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기도를 많이 해요. 자기반성도 많이 하고요. 그러고 나서 풀어요. ‘내가 문제야, 내가 잘못해서 그래, 나만 잘하면 돼’ 이렇게 하면 풀려요.”

“나라야, 너는 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니?”

오나라는 2018년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진진희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해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 등에 연이어 출연을 확정하며 ‘대세 배우’로 쉼 없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식스 센스> 출연은 오나라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와 친밀감을 더욱 높여줬다.

오나라의 인생에도 무명 시절이 있었고, 슬럼프에 빠졌던 때도 있다. 1997년에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한 그는 2018년 드라마로 주목을 받기 전까지는 대중에게 낯은 익지만 뚜렷하게 각인되지 않은 많은 조연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꽤 오랫동안 공연 쪽에서 활동했기에 남들보다는 조금 늦게 드라마나 영화에 입성한 편이기도 하다.

오나라는 슬럼프를 겪을 때마다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으려 한다고 했다. 철저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극복돼 있다는 것. 인생을 되돌아보며 느끼는 점을 물었더니 오나라는 “나라야, 왜 너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나서서 갔니?”라며 스스로 물었다.

“한국 배우가 없던 시절에 일본에 갔을 때, 예술단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던 때의 저에게 ‘왜 그렇게 무모하게 들이댔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저는 인생을 개척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험난했지만 즐겼기 때문에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데 돌아보니 안쓰럽네요. 물론 그래서 제가 기특하기도 하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