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하면 몇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비빔밥, 한옥마을, 콩나물국밥. 국내 유명 여행지인 만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국제영화제를 구경하기 위해 전주에 가면 영화도 영화지만 푸짐하고 입맛 당기는 먹을거리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전주에 가면 꼭 들러야 할 스폿에서 음악을 들으며 고즈넉한 전주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사진 백기광, 송인호, 전주시청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오래전 전주에 여행 가서 먹었던 비빔밥의 맛을 나는 지금도 가끔씩 그리워한다. 대략 15명 정도 되는 단체 여행이었다.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뭉쳐서 전주를 향해 함께 떠났다. 멤버들 중 한 명이 전주 출신이었는데 부모님께서 우리 일행을 초대한 덕분이었다.
전주에 도착한 우리는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고, 저녁에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한정식을 먹었다. 나는 대체로 소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데 그 비빔밥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꿀을 발라놨나 싶을 정도로 달콤했다. 그날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빔밥 두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 뒤로 전주에 간 것은 전주국제영화제를 구경하기 위함이었다. 혹시 영화제에 가본 적 있나. 영화제의 일차적인 목적은 물론 영화를 보는 것이다. 이걸 부정할 순 없다. 나도 그랬다. 영화를 여러 편 봤다. 그러나 내 경험상 하루 세 편이 한계다. 그 이상은 허리가 아파서라도 못 본다. 당연히 시간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 자투리 시간을 뭐에 쓰겠나. 국 끓여 먹을 때 쓰겠나.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전주에 왔다. 맛집 탐방을 시작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내가 애정하는 콩나물국밥을 빼놓을 수 없다. 전주 콩나물국밥에는 대략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 하나는 남부시장식이고, 하나는 끓이는 식이다. 전자는 토렴을 해서 온도가 적당하고, 후자는 계란까지 넣고 팔팔 끓여서 아주 뜨겁게 나온다고 보면 된다.
둘 중 나는 남부시장식파다.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해서 해장에 제격인 까닭이다. 비단 술 때문만은 아니다. 술 마신 다음 날이 아니어도 나는 남부시장식을 고집한다. 맑고 깨끗한 그 국물이 나는 좋다. 이 외에도 전주에는 먹고 싶은 음식이 참 많다. 피순대, 칼국수, 떡갈비, 닭갈비 등등. 가히 심각할 정도로 많다.
물론 전주에는 맛집 말고도 경험해야 할 게 많다. 뭐,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어느새 전라도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지들 중 하나 아닌가.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서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관광을 위해 전주에 온 외국인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전주는 다시 사람으로 북적일 것이다. 꼭 그럴거라고 믿는다.
그냥 걷기에도 좋은 전주 영화의 거리
글쎄. 확언할 순 없지만 살면서 음악과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 만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그렇다. 물론 없지 않지만 극소수일 게 분명하다. 만약 당신이 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면 전주 영화의 거리 산책을 빼놓을 순 없다. 비단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기간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곳은 산책하기에 꽤 좋다. 이런 이유로 나는 전주에 갈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곳을 찾아간다.
음악은 영화 자체가 영화에 바치는 헌사인 <시네마 천국> 사운드트랙이 제격일 듯싶다. 이 사운드트랙을 플레이한 뒤 큐브 형태의 빨간 조형물이 돋보이는 광장과 예쁜 분수를 먼저 보고 영화의 거리로 향하자. 만약 수록곡이 너무 많아 선택하기 곤란하다면 가장 유명한 ‘Love Theme’이나 ‘Childhood and Manhood’를 추천한다.
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목대
이곳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밤에 가야 한다. 그래야 더 근사한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그 전에 전주한옥마을 구경은 필수다. 한옥마을을 쭉 둘러본 뒤에 오목대 가는 길로 걸어 올라가면 금방 갈 수 있다. 작은 언덕마을 비슷한 산이 보이면 거기가 바로 오목대다. 오목대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고려 말 왜구에게 대승을 거둔 뒤 이성계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연회를 열었던 장소라고 한다. 낮에 봐도 좋지만 밤에 오면 전주한옥마을의 야경을 볼 수 있고, 전주의 명소인 전동성당 역시 이곳에서 아주 잘 보인다.
음악은 윤종신의 ‘야경’을 추천한다. 사랑 노래지만 잔잔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어서 전주의 야경을 바라보며 감상하면 딱이다. ‘다 올라왔어 한눈에 들어온 / 나의 도시가 아름답구나’라는 가사를 듣다 보면 비록 전주 출신이 아니어도 전주를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애정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자만벽화마을
여기 재밌다.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다면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될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벽화마을이라는 타이틀답게 골목길에 빼곡히 들어선 주택 곳곳에 벽화가 가득하다. 만약 당신이 만화나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애정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는 참고로 만화책이 5,000권 정도 있다. 내가 이곳을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음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중 ‘어느 여름날’을 추천한다. 나도 이 곡 들으면서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인 치히로의 벽화 앞에서 사진 한 방을 찍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도 꼭 해보기를 권한다.
PLAY LIST
Love Theme
수록 앨범: 시네마 천국 2020
야경
수록 앨범: 동네 한 바퀴 2008
어느 여름날
수록 앨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