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윤아는 1세대 걸그룹 ‘센터’의 대명사였다. 꽃사슴처럼 예쁜 눈망울과 청초한 미소로 무대 한가운데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이제 스크린 안에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배우’로 인생 2막을 다듬어가고 있다.
글 정유진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내 마음속의 스타 ‘융프로디테’라고요?”
영화 <기적>에서 임윤아와 호흡을 맞춘 박정민은 최근 <기적>관련 인터뷰에서 상대역 임윤아에 대해 “내 마음속의 스타”라는 찬사를 바쳤다. 동료로서 예의상 표현한 말일 수도 있지만, 빈말은 아니었다. 박정민은 일찍부터 소녀시대에 대한 팬심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임윤아가 속한 소녀시대는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이했다. 사랑스러운 십 대 소녀들은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티스트들로 성장했다. 지난 9월 초에는 소녀시대 멤버 전원이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완전체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희끼리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공식 석상에서 정말 오랜만에 ‘안녕하세요, 소녀시대입니다’라고 인사를 한 거였거든요. 방송으로 다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런데 요즘엔 소녀시대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있대요.(웃음) <놀라운 토요일> 태연이랑 <엑시트> 윤아가 같은 팀인지 모른대요. 그런 점에서 소녀시대로서의 매력을 보여드릴 기회였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
“첫 고등학생 역할,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 좋아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이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기차역을 세우기 위해 나선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임윤아는 박정민이 연기한 주인공, 수학 천재 준경(박정민 분)의 ‘뮤즈’이자 조력자인 라희를 연기했다. 이제는 삼십 대에 진입한 배우로서 중학교를 갓 졸업한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나이 생각은 안 했어요. 시나리오가 소설처럼 술술 읽혀 너무 좋았고,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었죠. 고등학생 역할은 처음이었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고등학생이라 교복을 입을 줄 알았는데 그 시대에는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었다는 거예요. 교복은 못 입었지만 지금이라도 고등학생 역을 할 수 있는 건 좋은 기회였죠.”
임윤아가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 시기는 2017년쯤이었다. 영화 <공조>에서 주인공 강진태(유해진 분)의 귀엽고 발랄한 처제 민영 역할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한 것. 이어 2019년에는 <엑시트>에서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의주 역할을 맡아 900만 관객 동원에 일조하기도 했다. <공조>와 <엑시트>에서 보여준,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하고 솔직한 캐릭터들은 임윤아에게 ‘딱 맞는’ 새 옷이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들일 수 있지만, 임윤아는 연기를 통해 조금씩 다른 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밝음’도 여러 결이 있어요. 핑크색도 딸기우유 색깔과 핫 핑크가 있는 것처럼요. 조금씩 결이 다른 게 좋아요. 그렇게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이돌 출신 배우,
자리를 잘 잡은 걸까요?”
임윤아는 동시대 아이돌 출신 배우를 대표하는 연기자다. <공조>와 <엑시트>의 연이은 성공은 배우 임윤아의 자리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엑시트> 성공이 후속작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줬냐고요? 아닌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거든요.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저는 저만의 기준을 세워 거기에 따라 선택을 해나가는 편이에요. <기적>은 무조건 하고 싶은 작품이었고, 훗날 영화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저에게는 후회 없는 선택이에요.”
15년이라는 경력은 그냥 쌓인 것이 아니었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지만, 임윤아는 마음의 근육을 다져온, 건강한 사람 특유의 단단함을 갖추고 있었다. 흔히 붙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도 큰 부담은 아니다. 단지 그는 자신의 기준에 맞춰 천천히 배우의 길을 갈 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가 배우로 자리를 잘 잡았나요?(웃음) 아직 모르겠어요. 데뷔 시점은 비슷했지만 가수 활동을 더 길게 해서 연기 쪽은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결과에 대해 많은 생각은 안하려고 해요. 그때는 어렸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 성숙해진 만큼 각자의 매력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