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가 젊은 층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금물!
이찬재·안경자 부부는 70대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해 40만 팔로워를 보유한 프로 인스타그래머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기는 두 사람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글 김희연 사진 송인호
손주들을 위해 시작한 일
이찬재·안경자 부부는 인스타그램에서 ‘그랜파 찬’과 ‘그랜마 마리나’로 통한다. 이찬재 씨가 손주를 위해 그림을 그리면 안경자씨는 그림에 얽힌 스토리를 정리해 글을 써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지난 2015년 세 손주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전 세계에 40만 명이 넘는 팬이 생겼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NBC, 영국 BBC 등에 소개됐고 2019년에는 국제적인 인터넷 아트 시상식인 웨비 어워드에서 소셜 부문 예술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틱톡까지 시작하며 소통의 범위를 넓혔다. 두 사람은 가족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아들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배우는 것도 당연히 쉽지 않았죠. 저희에겐 새로운 경험이다 보니 두려움도 많았는데 아들이 차근차근 계속해서 도와줬어요. 새로운 기능이 계속 업그레이드돼서 열심히 배우고 꾸준히 연습하고 있어요. 틱톡은 최근 에 딸 덕분에 시작했는데 순서 외우는 게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때 한국어와 포르투갈어, 영어까지 3개국어로 번역한다. 브라질과 미국에서 태어난 손주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덕분에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두 사람의 그림과 글을 즐길수 있게 됐다. 게시물에는 ‘그림이 따뜻하다’,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등 훈훈한 댓글이 가득하다.
“우리의 그림과 글이 그분들의 과거 기억이나 추억과 맞닿으며 슬픔과 그리움 때문에 눈물난다는 반응이 많은 것 같아요. 가족을 주제로 한 소박한 그림이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요.”
건강한 식습관 실천
이찬재·안경자 부부는 교사 생활을 하다 1981년, 마흔이라는 나이에 브라질 이민을 결정했다. 안정적인 교직 생활을 뒤로하고 이역만리로 떠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 36년간의 브라질 이민 생활을 마치고 4년 전에 한국에 돌아온 두 사람은 여전히 한국 생활에 적응 중이다. 하지만 브라질 문화를 경험했기에 지금의 두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브라질에서는 노인을 특별 대우하지 않고 동등한 입장으로 생각하거든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젊은 층과 노인층이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희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로 지내는 브라질 문화를 경험했기에 모든 세대와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가 다르게 사회가 변모하면서 2~3년 전에 비해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느낀다는 이찬재·안경자 부부. 인스타그램과 틱톡뿐만 아니라 각종 강연, 출판, 브이로그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활동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강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찬재·안경자 부부는 건강을 지키려면 마음가짐과 운동도 중요하지만 식생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전에는 매일 헬스장에서 운동했지만, 요새는 불가능해 공원이나 재래시장을 산책하곤 해요. 또 식습관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2년째 아침에는 건강주스를 마셔요. 점심엔 보통식을 먹지만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국이나 찌개는 자제하고요. 저녁엔 과일, 두부, 콩, 견과류 등을 넣은 샐러드를 먹어요. 건강을 위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맛을 느끼며 즐겁게 하는 일과예요.”
이찬재·안경자 부부의 모든 행동의 원동력은 손주들이다. 코로나19로 그동안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되면서 달라진 미래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 걱정이 많다고. 또 경제적 이유도 원동력 중 하나다. 여러 활동을 하는 덕분에 자녀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살이 넘은 노인도 자신이 미처 몰랐던 재능이나 능력으로 얼마든지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현재 새로운 책 집필과 함께 36년 브라질 생활을 그림으로 남겨 기억과 추억을 간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찬재·안경자 부부. 두 사람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도전이 누군가에게는 자극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이자 추억이 되고 있다.
이찬재·안경자 부부와 두 손자
<공원의 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