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의 단면을 평가하려면 그 나라의 정신건강정책 수준을 보라는 말이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우가 그 나라의 건강과 인권 수준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새로운 정책수립과 함께 정신건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글 편집실 참고 국립정신건강센터
일러스트 이은주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평균지수가 2018년 2.3점에서 2021년 1분기에는 5.7점으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단절된 인간관계로 인하여 마음의 병이 깊어진 현대인의 초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코로나19 확진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정신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확진자 다수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건수는 2만 8,028건으로, 올해 6월 30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15만 7,772명)의 17.8%에 해당하는 수치다. 진단 유형별로는 우울증이 1만 5,4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안장애(1만 2,312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254건), 고의적 자해(12건) 등이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동시에 진단받은 확진자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 중 다수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감염질환이 지속되면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고 정신건강과 관련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전 세계적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고립,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과 우울 증상을 동반하며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건강지표를 낮추고, 조기사망률을 높이며, 인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중요한 이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건강을 위한 특별권고안’을 발표하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첫째, 정신건강정책과 인권을 향상하고, 둘째, 지역사회 기반의 일반 건강 프로그램과 전문적인 세팅을 연결해 1억 명 넘는 인구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 중 80% 이상이 질적으로 풍부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건강증진 영역에서 배제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질병의 유무가 건강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며 특별권고안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2020년 9월 보건복지부 산하에 정신건강정책관을 신설하고 정신건강정책과, 정신건강관리과, 자살예방정책과 등 3과를 운영하고 있다. 또 2021년 1월 새로운 정신건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 정신의료서비스 선진화, 지역사회 기반 사회통합, 중독고위험군에 대한 개입 강화, 자살 예방, 정신건강정책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 등의 영역에 새로운 계획이 수립됐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을 현재 25%에서 2025년 30%까지 끌어올리고, 고위험 음주율은 14.7%에서 11.7%로 낮추며, 10만 명당 자살률을 26.9명에서 21.5명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팬데믹을 겪으며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커진 것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분명해졌다. 건강은 질병의 유무와 함께 정신까지 포괄적으로 정의돼야 하며, 정신건강이 건강증진 영역에 포함돼 정신의료서비스의 인프라가 더욱 든든하게 구축돼야 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