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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할아버지가 두 분 계신다. 한 분은 나를 ‘돌댕이’ 라고 불러 주시며 다른 사촌 형들보다 유독 나를 예뻐해 주시는 외할아버지시고, 또 한 분은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살아 있다면 누구보다 더 사랑해 주셨을 거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할머니에게서 전해 들은 친할아버지이시다.

나의 두 할아버지는 젊었을 적부터 담배를 자주 피우셨다고 한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흡연 구역이 따로 있거나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마음을 적극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연스레 많이 보며 자랐고,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인지 길거리에서도 거리낌 없이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어릴 적, 담배 연기 속에서 괴로웠을 우리 엄마, 아빠의 코와 목이 가엾게 생각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금연에 성공하셨다.

‘담배 끊은 사람과는 사귀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금연은 웬만큼 독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듦을 표현한 말로, 금연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수십 년의 흡연 생활을 끝내고 그 힘든 금연에 성공하셨다니, 나는 우리 외할아버지를 다시금 바라보며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른 체구이지만 연세에 비해 다른 할아버지들보다 젊어 보이시고, 여전히 집 근처 텃밭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할아버지를 뵐 때면, 엄마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 속의 담배 연기를 내뿜던 할아버지를 상상하기가 힘들어진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우리 곁에 건강하게 계셔 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반면,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친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담배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나의 고모들이 할아버지 몰래 담배를 숨기기도 하고,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담배를 끊으라고 잔소리를 많이 했다고 하던데, 할아버지는 무슨 근심이 그리도 많으셨기에 평생을 담배 연기와 헤어지지 못하셨을까?

예전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어른들은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피우면 뿌연 연기가 공중에서 사라지듯 근심과 고민이 사라져서 그 잠깐의 즐거움을 맛보려고 끊지 못하고 계속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담배는 마음을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일까? 아니다. 담배는 결코 근심과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다. 머릿속에서 연기처럼 잠깐 사라졌다고 느낄 뿐, 다시 떠오르는 근심과 걱정거리는 없어진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어 버린다. 그건 단지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담배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재산인 건강을 내줘 버리는 어리석은 맞바꿈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진 속에서 환히 웃으시는 할아버지를 보면 왜 나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하고 일찍 하늘나라에 간 건지, 담배에게 할아버지의 건강을 줘 버리지 말고 소중히 간직하며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소용없는 원망을 하게 된다.

우리 아빠는 할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담배를 피우지 않으신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어른들을 만나면 숨이 막힐 듯한 그 매캐한 담배 연기를 피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나인데, 만일 그 담배 피우는 어른이 우리 아빠라면 절대 아빠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금연은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몸과 마음의 건강과 젊음을 주는 동시에,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담배와 이별하는 것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대신 사랑하는 가족과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한 행복을 농사짓는다는 생각으로 오늘부터 ‘금연 1일’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열매를 수확하려는 농부처럼 하루하루 땀 흘리듯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담배 연기와 멀어지고, 가족과 이웃의 정다움은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제발 우리 주위에 자기 자신과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지혜로운 행복 짓는 농부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