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산책

목포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 있다면 어떤 것이 기억에 남는지 생각해보자. 맛있는 음식과 빼어난 경치는 기본이고 목포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 소박하지만 목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그것이다. 지금도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 영순위인 목포를 걸으며 음악에 젖어보자.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사진 목포시청

목포는 항구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어쩌면 우리 옆집사는 유치원생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다시 써본다. 목포는 항구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가장 유명한 항구 도시다. 적어도 내 주변만 놓고 보면 목포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미 목포를 경험한 사람이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든 목포의 인상은 꽤나 좋은 편이다.

목포에는 입맛 당기게 하는 음식이 천지다. 이런 측면에서 목포는 미식의 도시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내 인맥을 쭉 스캔해본다. 그중 음식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여럿 있다. 또 그중에는 목포에 이미 여러 차례 다녀온 사람이 몇 있다. 그들의 이구동성, 목포는 먹다가 배 터져 죽기 딱 좋은 곳이라는 거다. 목포에는 정말이지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목포까지 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서울 기준으로는 KTX가 역시 최선이다.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비행기도 추천한다. 무안공항에 내리면 거기가 바로 목포나 마찬가지다. 버스로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심지어 목포까지 오로지 ‘시내버스’로만 여행하는 루트도 봤는데 이건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 생략하기로 한다. 일본에 기차 마니아가 있듯 한국에도 시내버스 마니아가 있다. 시내버스 여행에 푹 빠진 경우가 아니라면 목포는 그냥 최대한 편한 방법을 골라 가는 게 아무래도 이롭다. 목포는 (서울 기준으로) 생각보다 먼 거리에 있는 도시다.

지금까지 살면서 목포에 딱 두 번 가봤다. 한 번은 일 때문에 초대받아서 갔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목포에 그만 푹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뒤로 삶이 바빠서 딱 한 번 더 가본 게 전부지만 목포는 지금도 내 마음속 가고 싶은 도시 영순위다. 소박한 멋과 빼어난 맛이 공존하는 도시다. 관광하기에도, 식탐 부리기에도 참 안성맞춤이란 뜻이다. 그중 내 기억에 지금도 선연히 남아 있는 공간 몇 군데를 소개한다.

빼어난 경치 자랑하는
유달산 공원과 노적봉

목포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현묘한 수를 떠올렸다. 바로 유달산 노적봉에 짚과 섬을 둘러쌓아서 마치 군량미가 남아도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다. 과연 한국을 넘어 세계 전쟁사에 기록된 위대한 장군이 아닐 수 없다. 아무래도 고지대이다 보니까 풍경이 끝내준다는 게 유달산 공원의 또 다른 장점이다. 나는 낮과 밤 모두 가봤는데 둘 중 어느 때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공히 좋았다. 따라서 야경을 특별히 애정한다면 밤에 오면 잊지 못할 사진을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음악은 유희열의 ‘공원에서’를 골랐다. 꼭 함께 감상해보길 권한다.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연희네 슈퍼

그냥 평범한 동네 슈퍼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면서 한순간에 유명해졌다. 바로 1980년대 민주항쟁의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 <1987>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다. 만약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봤다면 이곳을 한번 둘러본 뒤에 서산동 시화 골목길로 쭉 들어가면 된다. 목포 바다가 쫙 펼치지는 환상적인 뷰가 당신 앞에 펼쳐질 것이다. 노래는 영화 수록곡으로 선택했다.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다.

목포가 한눈에 보이는 목포 스카이워크

마지막으로 추천할 곳은 목포 스카이워크다. 날씨가 화창하면 저 멀리 목포대교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자 목포 여행 필수코스로 인기가 많다. 목포 스카이워크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공짜’라는 거다. 입장료가 없다. 참, 스카이워크인 만큼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신발이나 구두로 인해 흠집이 날 수 있으므로 제공되는 덧신을 신고 걸어야한다. 이 점에 유의하자. 음악은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의 ‘Walking The Wire’가 베스트가 아닐까 싶다.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을 노래한 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광고 음악으로도 쓰였다.

마지막으로 목포에 가면 꼭 맛봐야 할 것들이 있다. 이 중 홍어와 민어는 취향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대신 낙지와 갈치, ‘중깐’을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중깐’은 짜장면 비슷한 음식인데 정말 맛있다. 이거 하나 먹기 위해 목포에 갈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미슐랭가이드> 식으로 따지면 만점인 셈이다.

PLAY LIST

공원에서

수록 앨범: 여름날(유희열 소품집) 2008

가리워진 길

수록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 1987

Walking The Wire

수록 앨범: Evolve 2017